심장 혈관 중환자실은 1인실 구조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다인실 구조의 중환자실도 있다고 하는데, 위독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누군가의 죽음이나 고통을 빈번하게 마주해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후기도 여럿 보인다. 다인실 구조는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취약하니 1~2인실로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뉴스 칼럼도 있다. 다행히 내가 입원한 이곳은 1인실 구조였다. 네모난 공간의 중앙에 간호사들의 사무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여러 개의 1인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나는 병동에 들어가자마자 우측 첫 번째로 위치한 병실에 자리를 잡았다.
응급실에서부터 계속 산소 공급기를 차고 있었다. 얇고 투명한 관인데, 끝 부분이 220v 전자제품 코드처럼 생겼다. 그 부분을 콧구멍으로 넣고 선은 귀에 걸면 산소통이나 병실에 있는 산소 공급 장치로부터 산소가 공급된다. 안 그래도 숨이 가쁜데 산소가 더해지니 숨이 더 찼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산소 수치가 오르지 않아 산소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며 다른 산소 공급기를 건넸다. 새로운 건 드라마에서 위독한 사람들이 쓰던 산소마스크처럼 생겼다. 이놈에겐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입과 코를 모두 덮는 형태다 보니 코로 들이마신 숨을 입으로 내쉴 때 나오는 입 냄새가 코로 오롯이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세 번째 장비가 도입됐다. 새로운 산소 공급기는 첫 번째 장비와 비슷하되 관의 두께가 한층 두꺼워진 형태였고 그곳에서 나오는 산소 양도 풍부했다. 차고만 있어도 숨이 너무 차서 할 수 있는 건 연신 입으로 숨을 뱉는 것밖에 없었다. 간호사는 맥박을 회복하기 위해 누워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러면 호흡이 가빠져서 견디기 힘들다고 띄엄띄엄 답했다.
그사이 몸에는 이런저런 선과 장비가 연결됐다. 맥박을 재는 도구가 가슴에, 생리 식염수 링거가 왼쪽 팔에 연결됐다. 왼쪽 발등 부위에는 계속 피를 뽑을 수 있도록 주사를 잡았고 오른팔에는 30분 단위로 혈압을 재는 기구를, 우측 귓불에는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달았다.
얼마 후에 간호사는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려는 듯 알레르기 테스트를 했다. 항생제 두 종류를 아주 소량만 오른쪽 팔에 주입한 다음 이상 징후가 없는지 시간 간격을 두고 살펴봤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간호사들은 병실에 출입할 때, 방역복을 입고 들어왔다 나가면서 폐기함에 방역복을 버렸다. 저녁 10시가 되자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왔고 음성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동시에 닫혀있던 병실 문도 활짝 열렸다. 그 후로 누군가가 휴대용 X-레이 검사기를 가져와 촬영을 하고 갔고 심전도 검사를 하는 선생님도 다녀갔으며 담당 간호사는 검사를 위해 3~4시간 단위로 왼쪽 발등에서 피를 잔뜩 뽑아갔다.
자정이 되었지만, 자기는커녕 누울 수도 없었다. 숨은 여전히 가빴고 산소공급기 때문에 호흡이 더 버거웠다. 담당 간호사에게 산소 공급기를 떼야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읍소했지만, 절대 안 된다는 답만 들었다. 대신, 식사용 간이 테이블 위에 이불을 고이 접어 올려두고는 여기에 기대면 좀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솔직히 전혀 편하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고 반입할 수도 없다. 이유를 물어보니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파의 영향으로 오류를 일으키게 되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금지한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병동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핸드폰을 보면 그런 이유 때문인지 20세기 PDA 같이 투박하게 생겼다. 핸드폰으로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척 지루했다. 안 그래도 산소 공급기 때문에 불편해 잠을 청할 수가 없는데, 병실로는 간호사 사무 공간의 형광등 불빛이 그대로 전해져 눈을 붙이기 더 어려웠다. 오랫동안 자정에는 잠이 드는 신데렐라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잠을 청하기 어려운 상태와 환경을 겪으니 여러모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유독 힘들어하는 내게 새벽 3시쯤 간호사가 물었다.
“유튜브라도 틀어드릴까요?”
중환자실 한쪽 구석에는 지시받은 내용을 확인하고 처치 사항을 입력하는 컴퓨터가 한 대 있는데, 그걸로 뭐라도 보여주겠단 얘기였다.
“네. 아무 거라도 좀 틀어주세요.”
그녀가 틀어준 건 <유퀴즈 온 더 블록>이었다. 어린이 자기님들 모음 3시간, 큰 자기를 빵 터지게 했던 레전드 모음 2시간 영상, 뭐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긴 영상 덕분에 그래도 멈춰버린 것 같던 조금씩 흘러간다고 느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아니라 중간중간 광고를 봐야 했고 스킵 버튼을 누를 마우스가 저 멀리 있어 고스란히 봐야 한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지금 그런 불평을 할 때가 아니었다. 유튜브와 유퀴즈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내게 유일한 구원자였다. 그렇게 유퀴즈 영상 몇 편과 각양각색의 광고를 흐리멍텅한 눈으로 보다 아침을 맞았다. 꼴딱 밤은 새운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