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상대방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논리적인 나도 있다.
일터에서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왠지 나만 이런 감정이 드는 느낌일 때도 있고, 내가 착각한 것 같은 느낌이 대부분이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그때 좀 기분 나빴는데, 이거 기분 나빠해야 하는 거 맞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도 이런 느낌이 들 때, ‘내가 착각하는 거겠지. 저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내가 느낀 게 맞아.’라고. 이렇게 생각이 바뀐 게 된 데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진 않다. 다만, 나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게 된 게 이유의 다이다.
내가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을 하듯이, 생각해보면 나도 괜히 삐뚤게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논리적인 상대방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논리적인 나도 있다. 이 사실을 잊고 지내다 보면, 상대방은 논리적인 사람이고 내가 그를 오해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도 무척 논리적인 사람인데도 말이다.
네가 느낀 게 맞아
언제부터인지 나는 친구들에게 ‘네가 느낀 게 맞아.’라고 말해준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도 분명 존재한다. 그게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더라도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우연찮게도 내가 친구들에게 ‘맞다.’라고 얘기해주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고는 확신을 가진다. 그럼 그때부터 다시 찬찬히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내가 쉽게 그런 감정이 휩싸이는 사람인지. 대화가 종료될 쯤엔 다음엔 어떻게 대답할지 내용을 정리하고 다짐을 한다.
일터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많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중에 내가 조금이라도 확신을 가질 만한 게 무엇일까. 내가 찾은 건 나의 감정이었다. 적어도 나는 삐뚤어진 사람이 아니니 내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즉시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이유를 찾고 나면 다른 해결책도 보일 것 같았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느낀 감정에 동의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고는 무엇도 할 수 없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내 감정에 동의해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확신을 얻었다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따져봐야 한다. 때론 굉장히 사소한 이유라 다시는 이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을 때도 있고, 생각보다 내가 가진 상처가 커서 피해야 할 이유도 있다. 분명한 건 그런 이유를 찾고 나면 감정이 조금 사그라든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제는 이유를 몰라서 혼란스럽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쉽지 않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쉽게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조차도 아직 어렵다. 친구들에게 아직도 많은 동의와 확신을 구한다. 스스로 하는 게 어렵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니 부디 우리 서로에게 ‘네가 느낀 게 맞아.’라고 말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