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이직 후 적응기간

[한 달 쓰기] Day 5

by 위민지

2020년, 해가 바뀌면서 내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직장이었다. 바로 올초에 이직을 한 것이다. 이직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것은 아마 작년 가을부터였을거다.


전 회사는 나름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회사였다. 비록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설립된지 20년이 넘은 안정적인 회사이기도 했다. 사실 이직을 결심하고 주변에 얘기를 했을 때 대다수의 반응은 잘다니고 있는 회사를 왜 옮기냐는거였다. 맞다. 사실 전 회사는 복지도 나쁘지 않고, 야근도 없으며 특히나 나같은 여성 기혼자들이 다니기 정말 좋은 조건의 회사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어쩌랴, 다니면 다닐수록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무튼 그렇게 준비하여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자 IT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 입사 당시 나는 어느 정도 회사생활 경험이 있는 경력직이고, 직무전환이 아니라 업종만 바꾸는 거였기 때문에 금방 새로운 회사에 적응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은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도전의 댓가는 생각보다 마냥 달콤하지 않았다



모든 체계와 프로세스가 정립되어 되어 있었던 전 회사와는 달리 지금의 회사에서는 모든 걸 새롭게 꾸려나가야했다. 또한 사수가 없이 내가 직접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해나가고, 업무 도중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쳐나가야 하는 등 한동안은 출근할 때 마다 새로운 일들이 매일 생겼었던 것 같다. 내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다음 회사로 스타트업을 택하고 들어왔지만 그 도전의 댓가는 생각보다 마냥 달콤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난 지금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경력직이었음에 불구하고 입사하고 한 달은 그냥 회사 분위기 적응하느라 지나간 것 같았고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진행하기 시작한 건 두달차쯤이었던 것 같다. 3달차가 되면 회사 차원에서도 이쯤되면 새로 들어온 직원이 회사에 적응을 했을거라 으레 생각을 한다고 한단다. 특히나 경력직이라면 더나아가 어느 정도의 업무 퍼포먼스가 나올때가 된거 같은데라고도 한다는데...하지만 세달차때의 나는 글쎄? 였던거 같다.


오히려 나같은 경우엔 입사 3달차가 되자 업무적으로 갑자기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우리 회사는 전체 직원 중 절반이 개발자들이었는데 그 안에서 분위기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하는 일은 전 회사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더라도 회사가 속해있는 업계를 파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왜냐면 전 직장과 현 직장은 연관성이 아예 없는 완전 쌩판 다른 업종이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는 HR, 채용 담당자들이 주고객이었다면 지금은 개발자로 바뀌면서 회사를 바꾸면서 타겟 고객도 완전 바뀌어 버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현 직장에 입사하기까지 나름대로 업계 공부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준비했다고 한들 새로 들어간 업계에서 적응하여 바로 투입되기에는 지금으로써는 한계가 있음을 이때 알아차려 버렸다.


아무리 책을 읽고 나름대로 공부를 해도 업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았다. 또, 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 그 순간부터 6개월차때까지는 재이직 시도해야 하나 아님 더 버텨봐야 하나 수없이 많이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당시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출근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고, 퇴근 길에도 인터넷 검색창을 켜고 재이직이라는 단어를 정말 얼마나 많이 쳐봤는지 모르겠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아닌 것 같으면 빨리 그만두는 게 맞다 혹은 아직 얼마되지 않았으니 더 버텨봐라 등의 양립되는 의견들이 난무하여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더 혼란을 가지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때쯤 회사에서는 나에게 B2B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제안했다. 여태 세일즈만 하고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내가 마케팅이라니. 당시 내가 맡고 있는 업무도 사수없이 꾸려나가고 있는 상태였는데 여기에 마케팅을 추가해서 하라고 하니 도대체 회사는 무슨 생각인가 싶었지만 그때의 난 이것도 또 다른 기회겠지 하며 그 제안에 수락했고, 다행히도 팀원 2명과 마케팅팀을 꾸려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


결론은 정해진 기간은 없고, 사람마다 적응기간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입사하지 8개월차가 된 현재, 여전히 세일즈와 마케팅 업무를 같이 하면서 회사을 다니고 있다. 사수가 없어 힘들때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해나가는 것 자체가 이 회사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뭔가 기준을 만들고 나가고 있다는 게 약간의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다. 또, 이렇게 하는게 가끔 맞나 싶기도 하고, 방향을 잃어 방황 할 때도 있다. 하지만, 3개월차 때보다는 지금이 회사 다니는게 꽤 괜찮아진 것 같다. 만약 중간에 회사에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때의 난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적응을 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그게 내가 선택한 길이더라도. 누구는

1-2개월차에 금방 적응하여 퍼모먼스를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 누구는 6개월차쯤 되어서야 적응하여 슬슬 시동을 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1년정도 되서야 이제야 회사에 적응해서 다닐만 하다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회사를 옮기게 되면 생각보다 적응해야할 것들이 매우 많다. 그 적응해야할 것들 안에는 새로 만난 동료들과의 관계, 업무 파악 및 숙련, 회사 분위기 적응, 심지어 출퇴근 거리까지 모든게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적응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결국 사람마다 적응하는 기간은 다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회사를 옮기더라도 누구는 3개월 걸렸다더라, 6개월 걸리니 등의 이러한 주변말들에 휩쓸리지 말고 동요되지 말고 진짜 이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건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좀 더 집중해보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