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13
지금까지 살면서 감정적으로 행동한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평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땐 충분한 고민을 해서 확실한 판단이 섰을 때 그때서야 움직이는 편이다. 일단 결심이 서게 되면 그때부터는 뒤도 안 돌아본다. 무조건 직진으로 추진해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행동할 때의 내가 가장 '나다울 때'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특히 이런 나다운 모습을 많이 본 것 같다. 원래 같았으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어서 해야 할 타이밍을 많이 놓치거나 하지 못했던 경우가 꽤 있었던 거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한 4년 만에 나다움을 느꼈던 것 같다.
회사 업무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 가장 최선을 택해야 하다 보니 좀 덜한 편인데 나를 위한 투자나 시간에서는 결정이 많이 더딘 편이었다. 더딘 이유로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간과 비용 이 두 개가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이건 해봐야겠다고 바로 결심이 서는 것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진행하였다. 그래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도 있고 지금도 만족하며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몇 개를 풀어볼까 한다.
맨날 컴퓨터만 보는 일상이 싫어 시작한 손 취미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나무 느낌이 좋아 작년부터 라탄 공예를 시작하였고 올해 초 강사반을 등록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처음부터 강사반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다. 계속 엮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 졌고, 그래서 등록을 하여 상반기 내내 열심히 엮었다.
원래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열심히 쉬기만 했었는데 강사반을 시작한 뒤론 주말도 공방 출근, 평일에도 열심히 엮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볍게 시작했던 취미가 어느덧 퇴근 후 일상을 바꿔버렸다.
글쓰기는 예전부터 해봐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항상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등 하다못해 연습장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늘 시작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브런치 작가 심사는 내가 지금 이렇게 글 쓸 수 있도록 짧지만 강한 동기부여가 돼준 플랫폼이었다.
나는 3번 도전을 통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일단 될 때까지 끝까지 해보자란 생각으로 시작을 했었다. 그래서 처음 그리고 두 번째 심사 탈락 메일을 받았을 때도 속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란 심정으로 약간 오기까지 추가되어 집중하여 글을 써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작가 도전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작가가 될 수 있었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난 차분하고 또는 침착하다고 얘기를 많이 듣는다. 뭐 이것도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난, 가장 나다울 때는 결정한 일에 대해선 뒤도 안 돌아보고 밀어붙여버리는 '대담함'이 나올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