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14
직장인 5년 차였을 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는데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생활을 얼만큼 더해야 할까. 이렇게 컴퓨터만 보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쓰러지는 일상들이 하나둘씩 쌓이니 뭔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챗바퀴같이 느껴지는 일상들이 지겨워 가까운 가족 혹은 지인들에게 이런 내 속마음을 비치면 그때의 나는
아직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처럼 투정 부리는 철부지가 되어버렸다.
당시 퇴근하고 매일 하고 있던 운동도 어느새 루틴처럼 돼버렸고, 큰 흥미를 느끼고 있지 않기도 했다.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그날도 어김없이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뉴스 기사를 보고 있었다. 평소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타고 타고 들어가 잘 읽는 편인데 그날은 마침 뭐에 끌렸는지 어느 공방의 라탄 클래스 수업을 보게 되었다. 라탄 환심에 물을 적셔 엮어내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게 뭐랄까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날로 라탄 공예에 빠져 집 근처에 있는 라탄 공방을 찾아내게 되었고 라탄 원데이 클래스를 당일 수강하게 되었다. 마음먹으면 바로바로 실행에 옮기는 내 성격. 칭찬해.
라탄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나는 매일 사부작 거리는 취미가 생겼고 그렇게 시작한 라탄 공예에 급격히 빠지게 되었다. 손 끝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평소 뭔가 손으로 만드는 일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라탄을 기점으로 시도해보지 않으면 내가 어떤 걸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없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취미가 일상이 되다
사부작사부작.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으로 1년이 지난 뒤에도 난 여전히 사부작 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뭐 엄청난 것을 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걸 계속 엮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공유한다.
예전과 달리 평일엔 본업인 세일즈&마케터 업무에 집중을 하고 퇴근하고 나면 또 다른 나, 프로 사부작러의 일상이 시작이 된다. 오늘도 열심히 엮고, 찍고, 그 일상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