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책쓰기 시리즈
★ <혼자 공부하는> 시리즈를 분석한 두 편 중 두 번째 글입니다.
2. [도서 분석] 혼공 C vs. 이것이 C <-- 지금 글
1편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C 언어>를 주인공으로 시리즈의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C 언어>가 전작인 <이것이 C 언어다>로부터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2편 역시 시리즈 출간 초기에 분석한 글에 살만 붙였습니다.
혼공 시리즈의 처음 3권(파이썬, 자바, C)은 기존에 출간된 다른 책을 새로운 콘셉트에 맞춰 재편집해 출간했다. 그중 <혼자 공부하는 C 언어>의 전작은 <이것이 C 언어다>이다. 달라진 점 위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렇게 변화한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지 빠르게 파헤쳐보자.
살펴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
1. 표지
2. 판형
3. 시리즈 소개
4. 집필 과정
5. 보조 콘텐츠
6. 앞부속 구성
7. 앞부속 디자인
8. 장 구성
9. 장 시작
10. 절 시작
11. 본문 설명
----
<이것이>는 확실히 남성, 그 중에서도 메카닉 애호가가 선호할 디자인이다. 개발자 직군에서 남성 비중이 압도적이지만(그리고 로봇을 좋아하는 여성도 당연히 있지만), 한 쪽으로 편중될 가능성이 큰 디자인은 피하는 편이 훨씬 안전한 전략일 것이다. <혼공>은 성별과 취향을 잘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보인다.
판형은 책의 가로x세로 크기를 말한다.
<혼공>이 살짝 크다는 건 알겠는데,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쉽게 말해 <이것이>는 오라일리 동물책 등 대다수 IT 전문서가 채택하는 크기고, <혼공>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의 IT 활용서가 많이 채택하는 크기다. 또 다른 대표 입문서인 <Do It> 시리즈도 <혼공>과 같은 판형이다.
어쨌든 <혼공>으로 재편집하면서 크기를 키웠다. 넓어진 공간을 활용하여 (내용을 더 욱여넣기보다는) 시각 요소들을 시원하게 배치했다. 폰트도 키웠다. 시원시원해야 같은 내용도 더 쉬워 보이고, 설명 그림을 많이 넣기에도 유리하다.
어떤 차이가 보이는가? <이것이>는 저자와 편집자의 관점을 담았고(잘 가르쳐줄게!), <혼공>은 독자의 관점을 담았다(나도 할 수 있겠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저자에서 독자로..
집필 기간은 <이것이>가 훨씬 길다. 하지만 <혼공>은 <이것이>라는 완성도 높은 자료가 존재했기에 짧은 기간에 나올 수 있었다. 그 외에 투입된 자원은 <혼공>이 월등히 높고, 여러 편집자가 머리를 맞대고 매진했다는 점도 차이가 크다.
한편, 외부 리뷰어로 투입한 인력의 성격에서 두 책이 눈높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는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혼공>은 대상 독자인 입문자의 눈높이에서 피드백을 받았다. <이것이>는 오류가 없게 하는 데 집중했고, <혼공>은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데 더 치중했다고도 볼 수 있다.
확실히 <혼공>이 준비를 많이 했다. 투입된 인력 규모가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차이겠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그만큼 자원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는 전형적인 전문서의 구성 방식을 따라 ‘내가(저자/편집자) 하고 싶은 말’을 단방향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그에 반하여 <혼공>은 활용서 느낌이 녹아 있으며, 독자와 양방향 소통하는 듯하다. 처음 시작하여 두려울 게 많은 독자를 위해 친절히 안내해주는 느낌이다.
<이것이>는 지금 기준에서는 평이한 디자인으로, 보통의 전문서가 그렇듯 상대적으로 어려운 느낌이 든다. 반면 <혼공>은 여기서도 활용서 향이 물씬 풍기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으로 쉬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이것이>의 1차원적인 목차와 비교하여 <혼공>의 학습 로드맵은 2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훨씬 입체적으로 보여줘서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그러니 더 믿을 수 있음을 은연중에 홍보하는 효과도 크다.
구성이 여러 면에서 달라졌다.
먼저 학습목표가 절 단위에서 장 단위로 옮겨졌다. <혼공>의 각 절은 ‘학습목표’ 자리를 핵심 키워드가 차지하고 있다. 학습목표는 다소 추상적이어서 나는 구체적인 키워드 방식을 선호한다. 단, 키워드는 반드시 마무리 때 다시 짚어줘야 효과가 있다. 키워드는 구체적이기 때문에 배워야 할 걸 제대로 익혔는지를 훨씬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핵심 개념과 시작하기 전에다. 핵심 개념은 의미가 모호하다.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둬야 할 개념인지, 본문 내중 중 핵심인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후자라면 절 시작이 아니라 마무리에 들어가야 적절할 수 있다.
<혼공>의 마무리는 절 시작 때 제시한 키워드의 의미를 정리해주는 걸로 시작한다. 핵심 개념 복습 겸 ‘요 개념들을 파악했다면 제대로 공부한 거야’라고 확인해주는 장치도 된다. 그다음의 + α는 절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내용은 표로 정리하는 게 깔끔하고, 어떤 내용은 그림, 어떤 내용은 말 몇 마디로 정리하는 게 깔끔할 수 있다.
이어서 문제가 나오는데, 이름이 다르다. <이것이>는 연습문제에서 실전 예제까지 이어져서 상당한 깊이까지 다루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책 후반부라면 모르겠지만, 초반에 이제 막 절 하나 끝냈는데 실전까지 들어가는 건 완전 입문자에게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혼공>은 이름이 확인 문제다. 배운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에서 보이는 정답 및 해설의 경우 <혼공>에서는 따로 모아 부록으로 뺐다. 문제와 정답이 바로 붙어 있으면 아무래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으니, 찾아보기 귀찮더라도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스스로 풀어봐'라는 목적 달성에 유리할 듯싶다.
마지막으로 <혼공>은 각 장 끝에 좀 더 알아보기를 두었다. 하나의 절로 다루기 애매한 내용 혹은 여러 절에서 나눠 배운 내용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설명을 덧붙이기에 좋다. 입문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느라 본문의 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까지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장 구성 중 시작 부분만 따로 짧게 짚어보자.
<이것이>는 각 장의 시작에서 소설 <삼국지>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프로그래밍과 연결 짓고 있다.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며 재미를 주는 요소이긴 하지만, 두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첫 번째로, 취향을 많이 탄다. 삼국지는 아무래도 남성층이 더 선호하며, 그것도 나이가 좀 있는 세대에게 더 익숙하다. 삼국지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재미도 없고 공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의 표지가 ‘메카닉을 좋아하는 남성’으로 독자층의 범위를 좁힌 것처럼, 이 역시 독자층이 좁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음으로 시리즈로 확대 적용하기 어렵다. 시리즈라면 한두 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책에 삼국지 이야기를 싣기도 어려우며, 그렇다고 책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싣기도 곤혹스럽다. 이처럼 시리즈라면 요소 하나하나가 여러 책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학습목표와 핵심 키워드는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건너뛰겠다.
바로 이어서 <이것이>는 “C 프로그램은 main 함수로 시작한다”라는 기본 지식을 알려준다. 한편 <혼공>은 “함수가 뭔데?’”부터 시작한다. 함수가 뭔지를 예시 코드까지 동원하여 자세하게 설명해준 다음, 비로소 “C 프로그램은 main 함수로 시작”이라며 끝을 맺는다. 대상 독자의 층이 입문 레벨로 훨씬 더 내려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것이>는 마지막으로 ‘printf 함수의 사용법’을 정리한 표를 보여준다. 이 표는 사실 절 마무리에 들어갈 내용이 아닐까 싶다. printf 함수는 이번 절에서 지금부터 배워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장 보여줘봐야 어려움만 더해준다. 실제로 <혼공>에서는 이 표를 마무리 쪽으로 옮겨놓았다.
이상의 절 시작 부분에서는 전문가인 저자 혹은 편집자가 무의식 중에 ‘독자가 이 정도는 알겠지’라고 지나쳤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언어 입문서’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이 관점에서 해석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실상은 <이것이>가 목표한 독자층이 <혼공>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분석글 1편에서의 내용과 중복되는데, 다음 3가지 면에서 <혼공>이 <이것이>보다 개선되었다.
직접 코딩해봐야 함을 재차 강조
소스 코드 파일 이름 명시 - 직접 작성한 코드가 동작하지 않을 시 대조 용이
색상을 적절히 활용하여 코드 가독성 높임
본문 설명 도중 세부 주제가 바뀔 경우 <이것이>는 설명글이 그대로 흘러 이어진다. 반면 <혼공>에서는 세부 절로 구분하여 초보자가 작은 개념 단위로 ‘집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각각의 문장도 대체로 더 짧고, 설명 단위도 훨씬 짧게 끊어 구조화(시각화)했다.
설명 단위가 너무 작으면 중고급자에게는 오히려 읽는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것이> 스타일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입문자가 대상이라면 각각을 정리할 틈을 줘야 한다. 입문자는 어디서 끊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저자와 편집자가 미리 적절하게 나눠놓으면 진도를 따라오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 역시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두 책의 방식 차이를 잘 보여준다. 프로그래밍을 조금 접해본 사람에게는 <이것이>의 방식이, 완전 입문자에게는 <혼공>의 방식이 나을 것이다. <혼공>은 실행 과정을 한층 더 상세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이>는 프로그래밍 서적에서 가장 흔히 쓰는 방식을 택했다. 실행 결과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어서 약간의 불편을 일으킬 수 있으나 큰 문제는 아니다.
한편 <혼공>은 실행 결과가 짧을 때는 소스 코드에 병행 배치했다. 공간이 절약되고 결과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여지를 없애준다.
<혼공>은 말풍선 등 다른 요소에서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말풍선은 해당 내용이 본문의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정확하게 집어준다. 또한 코드와 결과가 충분히 짧다면 2단으로, 심지어 3단으로까지 배치하였다. 관련된 내용을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건 소소하지만 매력적이다.
참고로, 공간 활용 측면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혼공> 쪽이 독자에게 더 좋은 건 확실하다. 하지만 작은 배려를 위해 노동력을 갈아 넣는 방식이다. 노력 대비 효용은 매우 매우 떨어지니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이상으로 같은 저자가 같은 주제로 만든 하나의 콘텐츠가 책의 콘셉트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살펴봤다. 두 책의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쉬운 프로그래밍 입문서'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혼공> 쪽이 확실히 한 단계 위에 있다. <이것이>도 일반적인 중고급서보다는 친절한 편이지만, 입문서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려면 더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보았다시피 이 단계는 저자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도달하기 쉽지 않다.
다시 한번, <IT 전문서 시장 오버뷰>에서 이야기한 ‘입문서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강조하며 이번 분석을 마친다.
독자의 눈높이에 동기화
쉽게 풀어주기
쉽게 보이게 하기
독자의 학습 이끌어주기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