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아메리카노의 맛이다.
출근하는 길에 커피는 생각보다 일상에서 차지하는 바가 크다.
가끔은 출근하기 힘들 정도로 일어나기 싫다가도,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먹기 위해 몸을 일으킬 정도이니 말이다.
어느새 나에게는 아메리카노는 아침 루틴이다.
매일 주문했던 회사 1층의 카페가 새로운 상호로 바뀌어서 한동안 영업을 안 했더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출근하는 길목에 새로운 커피 집이 생겼던 게 기억이 났다.
'그 집에서 시키면 편하겠네!'
버스에 타자마자 어플로 주문을 하고,
즐겨찾기로 매장도 등록했다.
커피 수혈이 잔뜩 필요한 날이었기에 제일 사이즈도 큰걸 시켰다.
기분 좋게 매장을 들어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3000원짜리 라지 커피가 있어야 하는데...
1600원짜리 미디엄 커피가 있었다.
이런... 실망스러움... ㅠㅠ
"저기..."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옆에 키오스크 앞에 있던 아저씨가 소리쳤다.
"아이씨! 이게 왜 안 되는 거야?"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왠지 처음 입사했을 때 내 모습 같았다.
뭐든 서툴고 어려워서, 실수하지 않아도 다 내 잘못이었던 것 같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나는 더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매장 밖으로 나왔다.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
땅을 파서 1400원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에 인생의 힘든 짐 덩어리를 하나 더 얹고 싶지 않았다.
1400원으로 누군가의 첫 인생이 조금 덜 힘든다면
충분히 이 정도쯤은 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회사로 걸어가며 아메리카노를 쭉쭉 마셨다.
'아! 아메리카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