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연습 21. 지우개

by 위그리

수많은 부딪힘과 엉킴 속에 살아남는 법,

곱씹지 않고 지우는 것이다.


난 항상 엉킬 때마다 곱씹는 게 버릇이었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난 그때 왜 이런 말을 했지?'

...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어

결국 끝이 나지 않는 생각이 된다.


요즘 연습하는 게 생겼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중간에 끊어낸다.

지우개로 지워버린다.

그리고는 더는 곱씹지 않는다.


곱씹지 않는다고,

기억을 훑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왜 이리 곱씹었는지 모르겠다.

곱씹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는 것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렇게 과거를 붙잡고 있었나 보다.


오늘도 몇 개를 지웠다.

그들은 기억도 못할 그들과의 엉킴을 지워본다.

작가의 이전글어른 연습 20. 감정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