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인력이 되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바에 따르면 나는 못하는 것이 없다. 학창 시절에 공부도 나름 잘하는 편에 속해왔고, 운동도 웬만한 구기종목은 모두 할 줄 안다. 성격도 무던하며 활발하고 낯을 잘 가리지 않아 친구도 많다. 술도 잘 마시는 축에다 노래도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 만큼은 부르고 놀기도 잘 논다. 외모도 못생긴 편은 아니며, 건강 또한 살면서 입원이나 수술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20대 내내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은 잘 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공부로는 그 흔한(?) 반에서 1등 한 번 해본 적 없으며 특출나게 잘 하는 운동도 없다. 대단히 착하지도, 냉철하지도 못한 무난한 성격에 무대에 오를 정도로 노래나 춤에 대한 재능도 전혀 없다. e스포츠의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잘 하는 게임조차 하나 없다. 심지어 건강조차도 어디가 심각하게 아파본 적은 없지만 겨울철이면 감기를 달고 사는 허약체질이다. 나는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어디에나 필요하진 않더라도 어느 한 곳에서만큼은 대체 불가능한 단 한 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나 어느 정도 잘하지만 딱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서 찾기 시작했다.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언젠가부터 나는 내 눈앞의 것들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삐뚤게 본 다기 보다 안 보이는 것을 찾아내고 싶어 했다. 너무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것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찾아보고 고민해 보고 결정적으로 그것을 써먹고 싶어 했다. 왜 우리는 초록불에 길을 건너며 우측보행을 하는 이유는 뭔지, 지금 이렇게 shorts나 릴스에 환장하는 이유는 뭔지, 더 나아가 우리 집과 학교, 회사,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이런지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호기심 천국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적당히 생각하도록 조절하는 요령을 익혀야 할 정도이다. 그렇게 지내던 와중 20대 초에 기가 막히게 적절한 단어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인사이트'다.
인사이트(Insight) : 단어 그대로 안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뜻하는 말로,
어떠한 사물과 현상들을 통찰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아마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단어이며, 심지어 나의 직업은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이다. 기획자에게 인사이트가 어떤 의미인지는 아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개발자'에게 '코딩' 정도라 하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뛰어난 인사이트를 가졌다기보다 인사이트를 즐긴다. 그저 평범한 'Fact'가 가진 내면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재밌다. 한평생을 지방에서 살아가면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범한 지방러의 일상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 이야기들을 들은 '서울 사람들'은 생전 듣지 못한 이야기라며 마치 '걸리버 여행기'나 '하멜표류기' 정도를 듣는 것 같은 리액션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많은 생각들이 모두 인사이트라는 것을 깨닫게 된 후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에는 (그 순간 살짝 귀찮을 수 있다는 점과 휴대폰 데이터가 모두 날아가 그 기록이 전부 휘발되었을 때의 극심한 절망감만 제외한다면) 단점이 없다. 지금 이렇게 20대의 일상과 사고를 기록하는 이유하게 된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록들은 가까운 미래의 나에게 차별성을 주게 될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얻는 데는 많은 IN-PUT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IN-PUT으로도 더 나은 효율을 뽑아내는 메커니즘을 만들고자 한다. 최근 들어, 그 사람의 역량과 스펙보다도 사람 자체가 재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왕이면 많이 읽고, 듣고, 배우고, 겪은 후에 또 이왕이면 보다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기록 #청춘을글이다 #事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