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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훈 Dec 13. 2023

외국계 기업, 공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과 강소기업(2)

20대에 다 해보고 배운 이들의 차이에 대한 소견

#4. 로망의 실현, 스타트업

20대라면 한 번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스타트업을 다니는 드라마 같은 회사 생활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태원클라쓰'와 '스타트업'이 최애 드라마인 나 또한 스타트업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그리고 그 로망은 지방에서 모은 쌈짓돈을 들고 다짜고짜 서울로 이사 온 후, 첫 직장에서 실현(?) 되었다. 전역 후, 대학 생활 내내 나름 한 길만 걸어온 내가 드디어 계속해서 목표로 했던 직무를 얻었다. 회사는 설립된 지 만으로 3년이 조금 넘은 대행사로 이제 막 직원이 늘어나던 참이었다. 회사는 깔끔한 화이트톤에 머리 위로는 프라이버시를 위한 나뭇잎 2장이 모두 덮여있었다.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정석인 모습으로 입사 후 프로세스나 커뮤니케이션, 사내 이벤트 등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환경에서 기대와는 달리 수습기간 3개월을 겨우 마친 후에 자발적으로 퇴사하였다. 나는 이 곳에 머물렀던 3개월의 시간 동안 매달 약 300시간의 업무와 3번의 몸살, 20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월급(세후기준, 수습 기간 적용), 2달간의 교육과 2번의 퇴사 요청이 있었다. "신입한테 그렇게 많은 일을 시킨다고?", "그 회사 이상한 곳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둘 다 아니다. 두 달간 600시간이 넘게 일했지만 나는 바쁘지 않았다. 팀장님을 포함한 우리 팀원들과 타 부서원들까지 모두 좋은 사람들 밖에 없었다.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고 연락도 활발히 한다. 단지, 이들의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시스템의 부재는 컸다. 나는 회사 설립 이래, 우리 팀의 첫 신입사원이었고 이들은 이 신입사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랐다. 모두들 실력 있는 경력직 팀원들로만 구성되었지만, 다들 이 회사에 입사한지는 얼마 되지 않아 팀장님조차 회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를 가르쳐야 했다. 3개월간 가장 많이 들었던 "지훈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라는 말에 우선 나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몰랐고, 이후 간간이 생기는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저마다 모두 달랐다. 대표님부터 인턴까지 모두 이름이나 닉네임을 부르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택했지만, 서로 눈치 보느라 결코 소통은 크게 효율적이지 못했고, 간단한 질문과 요청에도 절차가 많았다. 노션과 팀즈, 카카오 워크, 슬렉까지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툴을 다뤘지만 마찬가지로 크게 효율적이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며 깨있는 모든 시간을 일을 하며 보냈지만, 실무를 전혀 하고 있지 않는 참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본업보다도 서로 간의 호흡을 맞추고 최적화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고, 때문에 하루하루 소중히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입장에서 시간적으로 큰 부담을 느껴 퇴사를 결심했다. 이 경험으로 전하고 싶은 바는 내가 겪은 단 하나의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글이 절대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트업'은 이 한 단어로 퉁치기에는 서울에만도 너무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겨나거나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평균'도 '일반적으로'도 없다. 그래서 어렵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정확히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다양한 근거를 토대로 추측해서 원서를 내고, 직접 회사 생활을 하며 알아가야 한다. 그들조차 그들을 모르며, 작년과 올해, 올해와 내년이 또 다를 것이다.


#5. 극한의 노하우와 효율 그리고..., 강소기업

놀랍게도 그렇게 스타트업에서 퇴사를 하고 이직하게 된 회사는 무려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에이전시임에도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업계 내에서는 모르기가 힘들 만큼 명성이 자자했고 클라이언트와의 스타트 미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보며 전부 이곳에서 한 것이 맞냐는 의심 아닌 의심을 사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커뮤니케이션이 놀라울 만큼 간결하고 업무 또한 효율적이었다. 스타트업과 달리 HR 부서에서 준비한 알차디 알찬 노션 페이지 없이도 한 달이 지난 후에 나는 이미 녹아들어 있었다. 직무 교육에 대한 부분은 물론 나의 성향과 역량을 파악하는데도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충분히 어려워 보이는 돌발 상황에도 너무나 쉽게 일이 정리되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도 익히는 요령들이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았다. 막연히 '노하우'라는 단어로 불리는 사사로운 것들을 나의 '경력'으로 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였다. 당연하게도 모든 직장이 그렇듯 이 곳 또한 장점만으로 가득한 곳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장점에 비해 단점이 너무 크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금껏 거쳐갔던 회사들 중 가장 낮은 점수의 잡플래닛 평점을 가지고 있으며, 주니어들이 살아남기에는 다소 힘들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방식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현재 업계 동향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고 선도하고 있지만 종종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평이 들린다. 때문에 어느때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구별해야한다. 회사에서 얻지 못하는 인사이트는 외부에서 찾아야하고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체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년의 노하우에 나 또한 휩쓸려 같은 색으로 물들기 마련이다. 물론 그 색이 새까만 먹색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20대라면 이미 나의 색깔을 결정 짓기에는 조금 이르다.



외국계 기업, 공기업 그리고 스타트업과 강소기업(1)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기록 #청춘을글이다 #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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