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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생의 오후 Sep 09. 2021

민선생의 영어 생각하나

자녀가 영어교과서를 잘 못 읽을 때 이렇게 해줘 보세요.

 안녕하세요. 중학교 영어교사 민선생입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영어교사가 필요 없을 만큼 영어를 이미 잘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같은 중3학생인데 심지어 교과서를 읽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워낙 맡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개별지도로 도와주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잘 읽지 못하는 학생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볼 수가 있는데, 영어라는 외국어 자체를 너무 싫어해서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아서 못 읽는 경우와 본인은 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못하는 경우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전자보다는 후자가 도움을 받아서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리고 첫 번째의 경우는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서 공부하는 마음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고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친구는 후자의 경우예요. 본인은 잘 읽어보려고 하는데 더듬거리면서 잘 못 읽는 경우거든요. 발음이 좋고 안 좋은 것과는 별개로 읽을 수 있는가 없는가만을 따졌을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있어요.

여기서 우리말과는 다른 영어의 특징을 한 가지 말씀드려볼게요. 영어는 실제 말로 할 때 나는 소리의 개수와 문자로 쓸 때 나타낼 수 있는 소리의 개수가 현저하게 다른 언어입니다. 

우리말은 말로 내는 소리의 개수와 문자로 쓰는 소리의 개수가 거의 일치해요. 그러니까 기역, 니은, 디귿, ㅏ,ㅑ,ㅓ,ㅕ의 음가를 익히고 파닉스를 공부하고 나면 처음 보는 글자라고 하더라도 읽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영어는 영어를 발음할 때 나는 소리의 개수보다 문자로 쓰는 알파벳의 숫자가 자음과 모음 모두 훨씬 적습니다.  특히 모음의 개수가 현격하게 적은데요. 영어에는 문자로 표기할 수 있는 모음의 개수가 a, e, i, o, u 이렇게 다섯 개 밖에 없습니다.  우리말은 기본모음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 이렇게 10개의 기본모음뿐만 아니라, ㅏ+ㅣ=ㅐ 이런 식으로 기본 모음을 조합해서 새로운 모음이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아주 많은 모음을 표기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영어는 수많은 모음을 a, e, i, o, u 다섯 개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다섯 개의 모음을 조합해서 중모음, 복모음으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음의 개수가 발음되는 모든 소리의 개수를 커버하지는 못해요. 자음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고요. 파닉스를 공부를 한다고 해도 한글 배울 때 가, 나, 다, 라를 떼듯이 딱 떨어지게 발음을 익힐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발음 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어휘에 백 퍼센트 적용되지는 않아요. 심지어 영어교사도 처음 보는 단어는 정확하게 이렇게 읽힌다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소리를 들어보고 이 단어는 이렇게 소리가 난다라는 것을 같이 익혀야 정확한 영어단어의 소리를 알 수가 있는 거죠.

즉 같은 스펠링이라도 단어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several이라는 단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이 단어를 읽혀보면 [씨비럴]-약간 욕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ㅎㅎ-이라고 읽는 친구가 간혹 있거든요. 이건 이전에 severe [씨비어]라는 단어를 먼저 배웠기 때문에 이렇게 읽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읽은 거예요. severe과 several에서 뒷부분만 조금 다르고 앞부분은 스펠링이 같기 때문에 이렇게 읽는 거죠. 그렇지만 several에서는 [쎄브럴]이라고 읽거든요. 즉 같은 모음이 어떤 단어에 쓰이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는 원어민들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과의 차이도 있습니다. 모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경우는 소리로 모든 단어를 익히고 이후에 문자를 배우면서 이 소리에 문자를 맞춰나가면서 문자를 습득하거든요. 원어민들이 발음은 정확하지만 자기네 말인데도 쉬운 스펠링을 헷갈려하거나 틀리는 경우를 간혹 보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학교에서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경우는 대개 알파벳 문자를 먼저 배우면서 듣기를 같이 해나가는 방식이죠. 그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상황에서는 문자언어에 기반해서 외국어를 가르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가 쉬워요. 듣기나 말하기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습득이 되는 영역이고 가르쳐서 습득되는 영역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연습시간이 가장 중요한데 학교의 교실 상황에서 그만큼의 연습시간을 확보하기는 어렵죠. 여하튼 한국인 영어교사들은 기본 단어의 스펠링을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원어민들보다 문자언어에 비중이 더 큰 영어를 배운 결과라고 생각이 돼요.

이런 맥락에서 영어 교과서 읽기를 힘들어하는 자녀는 교과서를 눈으로만 읽어서는 읽기를 향상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고요.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를 다운로드하여서 들으면서 여기에 소리 내어 읽기 연습까지 많이 해야 합니다. 영어 교과서를 읽는 것이 단순하게 보이지만 귀로 들어서 개별적인 단어들의 소리도 익혀야 하고, 그 소리가 이런 스펠링으로 써진다고 음성과 문자를 연결시켜야 하고, 자신의 입으로 연습을 해서 그 소리를 발음할 수 있어야 읽을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읽기가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런 과정 중에 한 가지만 부족해도 잘 안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이 과정 중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파악을 해서 특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면 아마도 짧은 시간 안에 영어 읽기가 많이 향상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마지막으로 영어교과서 읽기와 더불어 말하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학생의 영어 수준에 맞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며 인물들의 대사를 따라 말하게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영어 애니메이션은 드라마보다 영어 발음이 정확하고 거기에 억양과 스토리에 따른 어감도 곁들여 익힐 수 있어서요. 혹시 영어 읽기나 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영어교사로서 생각을 공유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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