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남은 민선생의 소회

큰일이로세

by 민선생의 오후

교직생활을 접어야 할 날이 8년 정도 남아 있는 시점에서, 요즘 저는 그동안의 교직생활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공립 중학교에서 50대의 여교사의 위치는, 그것도 평교사인 50대 여교사의 삶을 몸으로 체험하며 살고 있는데요.

나의 학교에서 일과를 생각해 보고 가장 즐거운 시간 순서로 나열해 본다면 교과실에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즐겁고, 그다음은 학생들하고 수업할 때, 교직원들과 함께 있는 시간, 그다음은 직급이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즐길 수 있는 맘 편한 나이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같이 어울릴 제 또래의 여교사가 많지 않고요. 있다 하더라도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요즘 교직생활이 같이 어울릴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직급이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있으면 어쩌다 보니 나이만 많은 교사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자리이죠. 50대에 원로교사라는 명칭으로 불릴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게다가 젊고 발랄한 선생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실 저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힘든 시간이죠. 예전에 내가 교직 발령을 받았을 때는 선배교사는 하늘 같았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면, 요즘은 나이 들었다고 해서 대접해 주는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후배교사 앞에서 더 긴장하고 조심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초임 교사일 때는 선배교사들을 하늘처럼 대접을 했는데, 지금 선배교사의 위치에 있는 나는 후배 교사들에게 대접받을 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그런 낀 세대의 교사인 거죠.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라고 하면 공무원, 그중에서도 교사, 이런 공식이 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고 지금은 이것이 진리로만 통하지는 않는, 혁신의 시대를 넘어서 역설의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노후의 연금만 바라보고 보수적이고 답답한 교직사회에서 젊은 시절의 열정과 청춘을 다 보내버리고, 그 사이에 너무나 길어진 퇴직 이후의 삶을 바라보니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아득한 심정이 듭니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연봉이 올라가며 커진 씀씀이도 퇴직 이후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합니다.

이미 퇴직을 한 교사들의 글이나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데, 공무원에서 퇴직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이 은행에서의 대접이라고 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공무원은 은행에서 VIP급인데, 퇴직하는 순간 대출이 안 되는 신분이 된다는 거예요. 공무원들이 가장 잘하는, 서류만 준비하면 바로바로 해주던 대출에 길들여져 있는데, 퇴직 이후에는 일체의 대출이 안되고 심지어는 기존에 받은 대출 연장도 안되기 때문에 큰돈을 당장 갚아야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겁니다.

정말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 그동안의 빚을 모두 갚고 퇴직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게다가 퇴직 후에 받는 연금으로는 30만 원 가까이 되는 의료보험료도 크게 부담이 된다는 거예요. 현직에 있을 때 월급보다 받는 연금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지역 의료보험료는 늘어난다고 하면, 지금 의료보험료를 두 배 이상 내는 느낌이 된다는 건데 그렇게 계산해 보니 퇴직 이후의 삶이 정말 만만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평생 학교만 다닌 사람에게 퇴직이란 물을 떠나 뭍에 던져진 물고기 신세가 아닐까 싶어요. 활동은커녕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존재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전 결심했죠. 젊은 시절 박봉에 무료 봉사하다시피 교직생활을 견뎌야 하는 연봉체계에서 최대한 손해보지 않고 본전?? 을 챙겨서 나오려면, 나이 들어서까지 최대한 버티고 학교 밖으로 나와서도 현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준비 없이 밀려서 퇴직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하게 준비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학교밖의 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저처럼 몇 년 차 교사가 아니라, 몇 년 남은 교사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선생님, 더 나나가 공무원, 직장인 분들과 이런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힘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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