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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May 12. 2016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소모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나는 SNS를 좋아한다. 아니 매우 좋아했다. 

'그래, 나 SNS 중독자야. 그게 어때서?'

SNS는 나에게 실시간으로 새로운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었고, 심심할 겨를이 없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행위들이 무척이나 소모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SNS 중독. 근본적인 이유

사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그룹대화방과 같은 것들이 항상 유쾌하지만은 않다. 

24시간 내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나의 사교활동은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와중에 나의 감정은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곳을 찾게 되는가.


현실에서의 외로움을 가상에서의 사교활동으로 채우려 했다.

대학 입학으로 시작된 타지 생활.

졸업한 친구들을 다 떠나보내고 난 이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지 않은가.

이 도시가 이렇게 적막하고 쓸쓸한 곳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여전히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그들과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의존은 집착으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의존하다보니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오지 않으면 너무 답답했다.

'얘는 왜 이렇게 답장이 늦어?'하고 울컥 화가 치밀어 휴대폰 시계를 보면 고작 1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룹대화방에서 내 말에 아무도 반응이 없으면 초조했다.

그럴 때면 정말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현실의 세계'에서 바쁠 그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감정소모를 하다 결국 우울증까지 왔던 것 같다. 

아무런 푸시알람도 없는데 끊임없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들어가고,

툭 하면 울고, 어떤 활동을 할 에너지도 없었다.

그 때는 그게 SNS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타지에서 혼자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SNS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SNS 끊어내기

SNS 중독자였던 내게 각성효과를 준 것은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글쎄 취미? 난 SNS가 취미인가ㅋㅋ'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꺼냈다.

두 친구 모두 SNS를 거의 안 하며, 안 하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흔히들 'SNS는 시간낭비다'라고 하는데, 나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SNS에서도 잡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시간낭비라고 느끼는 이유가 뭐야?"


    "가끔씩 지식을 얻는 용도로 페이스북을 쓰는 편이긴 한데, 피드에 올라오는 글과 댓글이 가끔 너무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들어. 딱 봐도 한참 어린 애들이 쓰고 공감하는 글이 많이 보이니까, 괜히 기분이 상할 때도 있어. 자극적인 글이나 광고성 글도 너무 많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한다든지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어. 그런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좋은데 그것이 너무 소수라는 게 문제지.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잡지식은 너무 가벼워. 굉장히 많은 정보가 있지만 가치 있는 컨텐츠는 극소수이고, 그럴바엔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전문 커뮤니티를 가는 것이 훨씬 유용하지."


그 날의 대화 이후 나는 스스로의 SNS 사용행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잡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는 했지만, 그 중에 90% 정도는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하지 않은 지식이거나 가십거리들. 카카오톡 그룹대화방에서의 대화도 반 이상은 아무 의미없는 대화였다. 그러나 SNS 앱에 NEW표시가 뜨면 반사적으로 접속하는 나를 보며, 이대로는 전혀 변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삭제했다.

디톡스 개념으로 3일간 실천해보기로 했고,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 페이스북은 3일간 아예 들어가지 않기

    - 카카오톡은 아침, 저녁으로 PC로 접속하기


카카오톡까지 아예 삭제해버리니 너무 불안했다.

나한테 급한 연락이 왔는데, 내가 바로 답을 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첫째날은 너무 초조해서 점심시간에 카카오톡을 접속했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메시지도 와 있지 않았다. 그 동안 얼마나 무의미한 대화를 생산해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은 3일간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간동안 게임을 하게 되더라.

마치 금연중인 사람이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간식을 먹게 되는 것처럼..


몇 가지의 작은 소득

우선 과거의 나는 SNS에서 어느 한 가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푸시 알람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카카오톡의 그룹 대화방에서 대화가 활성하게 진행되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계속 지켜보곤 했다. 

카카오톡은 결국 스마트폰에 다시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푸시 알람을 아예 없앴다는 점. 그리고 접근성이 용이한 하단 독에서 제거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앱을 다시 설치하지는 않았다. 가끔 사파리로 들어가는 정도? 

큰 변화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SNS로의 접근성을 낮춘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로는 소일거리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하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필사를 하거나 뜨게질을 하거나 셀프 인테리어를 하거나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한다. 일상 생활에서 내게 작은 성취감을 주는 일들이다. 

가장 큰 소득은 아무래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게 된 일이 아닐까 싶다. SNS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교활동의 부족이라고 판단했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 월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있다. 가끔은 아무 약속 없이 누군가를 만나 수다를 떨고 싶은데, 같은 학교 안에 있지 않은 요즘은 우발적으로 친구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요일 정모는 나에게 큰 행복을 주고 있다. 이 모임에 대해서도 다음 기회에 포스팅할 계획이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

나는 크게 글재주가 있진 않다. 오히려 못 쓰는 축에 속한다. 

그렇지만 글쓰기만큼 나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과 그 생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다. 나의 의견에 공감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생각을 만나는 것은 신난다. 


브런치라면 생산적인 의견 나눔이 가능할 것 같다. 브런치를 알게 된지도 어언 1년.

'작가'신청이라는 표현 때문에, 어쩐지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브런치의 피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면 더더욱 부담이 되었다.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은 많았지만 막상 글로 쓰려니 생각만큼 되질 않았다. 좀 더 완성도가 있으면 좋겠어, 하고 계속 미루다 보니 결국 여태 하나의 글도 쓰지 못했다.


Fail early. Fail fast. Fail Often.


더 이상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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