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하다 만 것들이 널려있었다.
지금 이 집에 이사를 들어온 지 벌써 1년 6개월이 되었으나, 호기롭게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는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부엌 서랍장에는 아직도 손잡이 하나가 덜 달려 있다. 취미로 시작한 털실 바구니는 95% 정도 완성되었으나 매듭을 짓지 않았다. 회사와 집 책상 위에는 읽다만 책들과 쓰다만 공책들이 수두룩하다. 프로젝트는 또 어떠한가. 이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내가 조인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 중 마무리된 것이 없고, 의지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채 마무리된 것이 없다.
나는 미완이 습관인 사람인가 보다. 마침표로 끝나야 할 문장들이 전부 쉼표로 끝나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하지. 나는 시작은 잘 하는 편이다. 우물쭈물 망설이기보다는 시작해보고 후회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나면 내 생각만큼 결과물이 나와주지 않아서 손에서 놓아버린다. 어쩌면 완성될 문장에 매겨질 평가가 두려워서 쉼표로 남겨두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완으로 남겨두면 평가를 내릴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걸 다시 손에 잡는 그 날까지 마음 한 구석에는 심적인 부채감이 남아있다.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미완으로 끝난 것에 대해 회한을 갖는 심리적인 메커니즘. 따라서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가급적 결말을 짓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 일이 머리에 남아 다른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할 테니.
미완이 습관인 것은 결국 맺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달리 말하자면 집착이자 미련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렵겠지만 조금만 더 뒷심을 발휘하여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다. 당연하게도 맺음이 있어야 시작이 있을 수 있으니.
곧 다가올 또 다른 시작을 대비하여, 지금 미완으로 남겨진 많은 일들을 매듭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