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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Oct 02. 2018

디자인 지식, 현업과 학계의 간극

실무 디자이너와 디자인 연구자 간의 교류

“유명한 프로그래머는 논문을 읽어가면서 프로그래밍을 하고, 유능한 엔지니어는 논문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을 얻어 개발하는데, 그 어떤 유명한 디자이너도 디자인 논문을 읽지는 않잖아요.” 대학원을 다니다 그만둔 친구가 얘기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 연구자로서 생산하게 될 지식이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연구란 새로운 지식 체계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Charles Owen (1998)이 제시한 지식 발생 및 축적 모델 (a general model for generating and accumulating knowledge)에 따르면, 이론 영역에서 발생한 지식과 실무 영역에서 발생한 지식은 끊임없이 활용되고 평가되면서 지식이 축적된다. 활용되지 않는 지식은 가치 있는 지식이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연구자는 자신이 생산한 지식을 사용할 사람은 누구이며 해당 지식이 어느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예상하며 논문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디자인 연구를 통해 생산된 지식은 실무에서 얼만큼 활용되고 있는가? 연구와 실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A general model for generating and accumulating knowledge (Owen.C.L)


배재을 (2012)에 따르면 디자인 연구의 대부분은 이론적 지식에 편중되어 있으며, 실무 디자이너가 현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 지식은 충분히 연구되고 있지 않다. 논문을 읽으며 내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다 보면 이론적 지식에만 매몰되어 실무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지 않으려면 나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지식이 이론 영역과 실무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업에서 일해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디자인 지식을 활용했다면 좋았을 순간들이 많다. 개발자, 기획자 등 비디자이너와 협업할 때 디자이너로서 나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지만, 디자이너의 지식은 주로 경험적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필요한 것이 디자인 지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디자인 지식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논문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얻게 될 수 있겠다는 예상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처럼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 지식이 생산되더라도, 실무 디자이너가 그 존재와 쓰임을 알지 못하면 활용될 수 없다. 분명 실무 디자이너는 디자인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브런치에는 디자이너로서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거나 해외 디자인 아티클을 번역하여 공유하는 작가가 많으며 내가 그간 올린 포스팅 중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글들은 유난히 공유 수가 많다.


현업과 학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무 디자이너와 디자인 연구자 간의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특히 관리자급 이하의 실무 디자이너와, 지식을 생산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이 만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연구자는 실무에서 디자인 지식이 활용되는 행태를 이해하고, 실무 디자이너는 디자인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디자인 지식이 이론 영역과 실무 영역에서 균형 있게 활용되고 축적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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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Owen, C. L. (1998). Design research: building the knowledge base. Design Studies, 19(1), 9-20.

배재을, 박영우, 석진민, 권은영, & 남택진. (2012). 디자인 실무와 연구의 연계 촉진을 위한 디자인 연구 분류 체계 제안. Archives of Design Research, 25(2), 30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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