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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뽀로리 Dec 16. 2022

인지심리학과 UX리서치 2편: 원함과 좋아함의 차이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사용자가 이 기능을 좋아한다는데, 그럼 이런 기능을 원한다는 건가요?


최근 같은 부서의 직원분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사용자들이 이런 기능을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대요. 그러면 원한다는 건데, 저희 서비스에서는 이런 기능이 없잖아요? 이걸 만들어 주면 저희 서비스를 더 편하게 느낄까요?”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를 살펴보니, 경쟁사의 2022년 서비스 리포트가 발행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리포트는 서비스 사용자들이 구조, 형태가 정해져 있는 템플릿 디자인이 아니라 비어 있는(Blank) 디자인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보고하고 있었다. 미리 정해져 있는 게 편하고 쉬운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와 그 직원 분에게는 이상하게 여겨질 만했다. 템플릿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손 댈 것도 많은데, 복잡하고 어려울텐데 왜 선택했을까? 내게 도착한 슬랙 메시지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나는 아차 싶었다. 원한다는 게 좋아한다는 건 아니고, 좋아한다는 게 원한다는 건 또 아닌데 구분을 안 하고 생각하고 있었네!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건 다르다. 이 지점을 구분하는 게 리서치에서는 꽤 중요한 부분으로 느껴진다. 인터뷰를 하면서 종종 듣곤 하는 답변들만 봐도 그렇다.  ‘이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이런 거보다 다른 방식을 원해요. 왜, 다른 앱 보면…’ 등등. 다양한 해결방식을 제시하는 말 말이다. 물론 해당 부분을 듣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적당히 리액션만 돌려주고 말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버려버리지는 못하고 고민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이걸 좋아하나? 실제로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쩌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말한 이유가 뭐지? 그 배경이나 환경만 생각하고 다른 건 제외 해야하나? 그런데 이 정도로 말하는 거면 무언가 분명 이유가 있는 거 아닌가? 등등, 다양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건 어떻게 다른 것일까?







Want와 Like의 상관관계는 0!


우리는 대개 원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고 하면 원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볼까? 나는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를 크게 좋아하지도, 크게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런 내가 친구들과 만날 때, 친구들이 모두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를 골라 먹고 있다. 카페 안을 둘러보니 다들 저 초콜릿 디저트를 하나씩 시켜서 먹고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인가? 저게 여기서 유명한가? 어쩐지 경험해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심지어 꽤 맛있어 보인다. 넌 뭐 먹을래? 라고 물어보자, 나는 눈 앞의 디저트를 골랐다. 같은 걸로!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먹어보니까, 아니면 다 같이 맛있다고 하니까, 디저트를 먹으면서 즐겁거나 행복해 보이니까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까? 전혀! 혼자 있었다면, 그 카페에 가지 않고 배달로 시키는 상황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선택이었다.


주변 상황에 휩쓸리거나 친구들이 민망하지 않게 맞춰준 건 전혀 아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정말로 그 디저트를 원했다. 맛도 있었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도 한다. 다만 그런 내게 너 초콜릿 디저트 좋아해? 라고 물으면 ‘아니.’ 라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달랐다. 평소에 지낼 때 내게 초콜릿 선물을 주면 감사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그다지 즐거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선호와는 다르며, 주변 상황에 굉장히 많이 영향(인지심리학에서는 점화라고 부른다.)을 받는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내가 무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동기Want와 정말로 좋아하는 선호Like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Want는 동기고, Like는 감정이다. 구분하기 시작한지 몇 십년은 되었다. 그리고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닐 수 있다니. 이런 생각은 리서치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도 확장되었다. 그럼 사용자가 원한다고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고, 좋아한다고 하는 걸 원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늘 경험을 묻고 말하는 인터뷰에서 좋아서 그랬어요, 그걸 원했어요! 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듣는데 구분을 해서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용자들의 쇼핑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했던 인터뷰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주친 예시로 함께 생각해보자. 나는 Target Persona를 만들기 위해 쇼핑에 대한 경험을 전반적으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식품 구매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참가자를 만났다. 나 역시 의류보다는 식품에 더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식품 쇼핑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사용자가 새로 나온 냉동식품(중식 제품이었다.)을 구매한 경험을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나는 냉동 식품을 좋아하나? 아니면 혼자 살아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UI 배치 상 해당 식품이 가장 윗줄에 있어서 그랬나? 추천을 받았나? 필터 설정을 어떻게 했지? 등의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그 식품을 선택해야 했는지를 알기 위해 사용자의 앱 사용 행태를 중심으로 다시 질문했다. 아무래도 앱 내에서 상품 순서나 MD추천! 같은 아이콘이 영향을 많이 주니까. 그런데 웬걸. 그 식품을 선택했다고 말한 이유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사실 저 중국음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그거 맛있더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샀어요. 후기 같은 거 많으면 괜히 사고 싶다고 해야하나….”


그 제품이 선택된 이유는 UI나 사용자 Flow가 명확해서도 아니고, 그 물건이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 물건을 몹시 좋아해서도 아니고 그저 주변의 영향이었다. 주변에서 모두 공통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제품에 대한 동기Want가 점화되었고, 그 제품을 선호하는 것Like과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여태까지 사용자들이 선택을 하면 그 기저에는 좋아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게 큰 파란이 있었다. 나는 이 인터뷰를 끝낸 뒤에 내 인터뷰 질문지를 살펴보았고, 상황을 분석할 때 부족했던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늘 주변 환경의 영향이 동기와 선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문제가 아니다. 그 상황에 놓였을 때만 동기와 선호가 뒤섞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상황에서 분리되어도 원한다는 동기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Want는 평생을 Like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용자들 조차도 동기와 선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내가 좋아해서 산거예요! 라고 말해도 이야기를 듣다보면 본인의 실제 선호가 아닌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1년을 고민하다 산 아이패드 구매 경험이 그랬다. 때문에 리서치를 진행할 때, 특히 상품 구매경험에 대해서 인터뷰를 할 때 유의하며 경험을 살펴봐야 한다.


물론 Want와 Like가 생성되는 데에 많은 영향요인들이 있다. 사람들 개개인의 삶이 그렇게 단순할리가 없지 않은가. 특히 이 둘은 문화적인 차이도 있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상황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지만(Worchel, S., Lee, J. & Adewole, A., 1975), 홍콩에서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더 좋은 감정을 느낀다(Dai, X., Dong, P., & Jia, J. S., 2014). 정리해서 말하자면 쉽게쉽게 가는 걸 좋아하하거나(easy-to-get), 어렵게 가진 걸 더 좋아하거나(hard-to-get)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흘려들어도 좋다. 요지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는 한가지 예시일 뿐이다. 그러니 이런 사실만 마음속에 새기고,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처음에 보았던 같은 부서 직원분의 질문으로 돌아와볼까? “사용자들이 이런 기능을 좋아한다는 통계가 있대요. 그러면 원한다는 건데, 저희 서비스에서는 이런 기능이 없잖아요? 이걸 만들어 주면 저희 서비스를 더 편하게 느낄까요?” 라는 질문에서 내가 해야 했던 말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실제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리서치를 통해서 알아봐야겠지만, 선택이 늘 선호나 동기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선호가 있었는지, 혹은 일시적인 동기 때문이었는지를 함께 알아보겠다. 정도가 되겠다. 이 주제는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워서 한번 나서서 리서치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이 내용은 질문을 할 때 늘 상황에 따른 행동을 알고자 하는 리서처에게 한 번쯤 생각해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주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예전에 쓴 연구자료들을 봤더니 아주 난리더라고요! 

want와 like에 대해서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차마 부끄러워서 예시로는 못 넣었습니다 ㅜㅜ

다음엔 또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주말을 보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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