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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뽀로리 Jan 06. 2023

UX리서치를 위한 원격 인터뷰 툴 사용기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인터뷰 접속을 못하겠거든요. 저 안 할래요.


새해가 시작되니 3년 전,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가 떠오르곤 한다. 세팅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던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며 리서치를 진행했다. 처음 팀을 빌딩한다는 게 절대 만만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반은 부끄럽고 반은 자랑스러운 기억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새해를 맞아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새해는 늘 과거 반성의 시기 아니던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참가하기로 한 유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말투에 은근한 짜증이 섞여 있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인터뷰에 접속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원격 인터뷰 참가 주소를 보냈고, 그 주소를 클릭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사전에 접속하는 방법도 캡쳐로 한땀한땀 꿰어서 자료로 만들어 보냈다. 그랬기에 나는 아주 당황했다. 어려울 게 있나? 그럼에도 내색할 수는 없었고, 그의 고충에 공감해가며 하나하나 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런데 웬걸. 설명이 아주 약간(약 2분 정도였다.) 길어지자, 유저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저 안 할래요. 그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 벌써 어렵잖아요. 그 인터뷰는 바로 취소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리서치를 진행하기 전, 사전 리서치가 필요하여 회사 내 유관부서 분에게 참가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사우분에게도 원격 인터뷰 참가를 요청했다. 재택근무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도 접속 가이드를 보내고, 접속해달라고 안내를 했다. 인터뷰는 무사히 진행되었으나, 인터뷰 마무리 때 사우분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 경험은 새롭고 재밌었는데요, 이거 접속하느라 애먹었어요. 두 번째 컴플레인이었다.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그때 제대로 깨달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인터뷰에 참가하는 유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접속 테스트를 할 때 쉽다고 느낀 것은 내가 이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은 환경을 가진 사람들은 인터뷰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무사히 인터뷰에 참가하고 불만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참가 경험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다. 리서처라고 이름표 달아 놓고 왜 이런 간단한 지점도 살피지 못했을까. 속이 쓰렸다.


이때 이후, 나는 사용하던 원격 리서치 툴을 버리고 새로운 툴을 찾아 나섰다. 목표는 무조건 사용자들의 참가가 쉽게! 였다. 이건 그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어 특화, 하지만 접속이 어려웠던 Methinks


미띵스의 로고


처음 고려한 툴이자, 오래 사용했던 툴인 미띵스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리서치 툴을 찾던 당시에는 거의 유일무이한 한국어 지원 원격 인터뷰 툴이었다. 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유저들의 폭이 매우 넓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유저의 디지털 환경, 영어 사용 유무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했기 때문에 한국어가 된다는 건 아주 긍정적인 항목이었다.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했고, 테스트 범위는 웹사이트, 앱, 프로토타입이 모두 가능했다. UT, IDI, FGI를 진행할 수 있었고, 인터뷰 설계 및 오퍼레이션 부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기능 제공에 있어서는 비대면 인터뷰 진행에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가격도 많은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한국에 영업팀이 있어 CS 대응이 빠르고 쉬웠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사용하던 당시, 유저가 인터뷰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꽤 들었다(초반부에 언급했던 서비스는 아니다.). 자사의 유저 풀을 넓히려는 목표가 있었는지 앱 설치나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플로우가 섞여 있었고, 유저들은 이런 부분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이거 꼭 앱 설치 해야하나요? 나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내 묻는 경우도 많았다. 


문제점은 하나 더 있었다. 인터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이메일을 작성해야 했는데, 비밀번호를 함께 입력했다. 아무래도 참가자들에게도 인터뷰 대시보드를 만들어주기 위함인 것으로 보였다(계정이 생성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까진 괜찮았지만 참가자들이 이메일 작성 후 일회성으로 비밀번호를 마구 작성한 경우 문제가 되었다. 일회용 비밀번호인 줄 알고 대충 입력했다가, 이후 인터뷰 참가를 할 때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저번에 입력했던 비밀번호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나요? 이러한 문의를 종종 들었다. 


이후 미띵스가 사업 모델을 바꾸며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는 언급했던 문제들이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사용할 때는 저런 일들이 있었다. 해당 툴을 사용 고려하고 있다면 위 케이스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다. 







테스트 설계가 쉽지만 접속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했던 User testing


User testing의 로고


다른 툴을 찾아보겠다고 시범 사용을 했던 툴 중 하나이다.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사용자들이 영어로 된 시스템 안내를 봐야 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모든 내용들이 영어로 제공되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시연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웬걸. 테스트 시작부터 진입 장벽이 있었다. 웹 기반으로 인터뷰에 참가할 때는 User testing의 PC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설치라니. 가장 피하고 싶은 항목 중 하나였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리서치에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앱 설치를 해서 테스트를 진행할 때는 흐름에 문제가 없었다.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했고, 테스트 범위는 웹사이트, 앱, 프로토타입, 와이어프레임까지였다. 확실히 범위가 넓은 건 장점이 되었다. 또한, UT, IDI, FGI 뿐만 아니라 AB테스트, 카드소팅, 프로토타입(XD연동) 등의 방법론까지 함께 제공되었다. 인터뷰 오퍼레이션 쪽에서도 시스템이 훌륭했다. 수행 시간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 할 수도 있었고,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설문이 발생하게 트리거를 넣어 둘 수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능은 매우 많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진입장벽은 역시 언어였다. 게다가 CS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었다. 관련해서 문의를 넣은 지 한참 지나서야 오류 보고가 날아왔다. 아무래도 시차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느려도 너무 느렸다. 갑작스럽게 인터뷰 영상을 날렸을 때(시스템 오류 때문이었는데, 나는 이런 적이 종종 있었다.)는 혼비백산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을 포기했던 툴 중 하나로 기억된다. 만약 다양한 방법론을 원격으로 시도해 볼 생각이 있다면, 가장 먼저 사용해봐도 좋을 툴이긴 하다.







유저들이 이용하기 쉽지만 CS가 느린 Lookback


Lookback의 로고


Lookback의 가장 큰 장점이 뭐야? 라고 묻는다면 나는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점을 뽑고 싶었다. 이 서비스는 chrome 확장프로그램으로 설치를 대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장프로그램은 유저들도 크게 거부감이 없었고, 또 프로그램을 설치를 하긴 했으니 안정성 면에도 탁월했다.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하고 설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Lookback은 미중재형(진행자가 개입하지 않는 셀프 테스트) 테스트도 함께 제공을 했다. 누구나 들어와서 알아서 태스크를 진행한 뒤, 녹화를 하고 보상을 받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넓고 다양하게 봐야 할 때는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모바일로 진행할 경우 히트맵을 제공했다. 유저들이 어느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터치했는지를 알 수 있어 좋은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었다.


리서처 입장에서도 사용이 간단하고 편리했다. PC와 모바일 모두 진행이 편리했고, 응답도 쉬웠다. 전체 완료 후 설문 URL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고, 가격 대가 꽤 높은 편이었다. 외국 툴의 특징(?) 답게, CS도 느렸다. 이 툴로 사용하다간 운영 문제가 커질 것 같았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조금만 더 좋아졌으면 써보고 싶은 툴이기도 하다.







돌고 돌아 결국 Zoom


Zoom의 로고


그래서, 지금은 뭘 쓰냐고? Zoom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 및 인터뷰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모두 Zoom을 잘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Zoom은 UX 리서치를 위한 전문 툴은 아니었으나, 유저들이 접속하기에는 가장 편리하긴 했다. URL을 클릭해서 접속만 하면 되지 않던가. 마이크나 카메라의 문제는 부차적이니 넘어가더라도, 언급했던 툴 중에서는 가장 접근성이 좋았다.


하지만 리서치 전문 툴이 아니다 보니, 테스터 풀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질문지를 설계해서 넣을 수 없고, 참관인을 설정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전체적으로 태스크나 시나리오를 띄우기 어렵다는 점도 섭섭한 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방법론까진 바라지 않을 테니 저런 기능이라도 추가되면 정말 감사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Zoom도 임시정착일 뿐 나는 한동안 툴 유목민 일을 계속할 것 같다.


오늘 언급한 툴들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어떤 툴이 가장 좋으니 써보라는 의미로 작성한 글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모두 좋은 고민을 토대로 만들어진 툴이니까. 또, 그 사이에 업데이트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 알아두시라! 








휴가를 다녀와서 업로드가 늦었네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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