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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컴이안 Jan 09. 2024

읽기 쉬운 글은, 가장 쓰기 어렵다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11

퓰리처상을 만든 미국의 언론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가 오래전에 말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 단문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렌드에도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 조지프 퓰리처     


대표적인 단문형 SNS인 트위터 잘 알고 계시죠? 최근 세계적인 기업가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위터 기업을 인수하며 서비스 명칭이 바뀌기도 했죠. 기존 명칭인 트위터 서비스 초기에는 140자로 간결하게 메시지를 발신해야 했습니다. 트위터 창업자인 비즈 스톤(Biz Stone)은 "제약으로부터 창의력이 피어난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제약을 주어 글을 작성하도록 하면 짧은 글에 단어를 신중히 선택해 적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재치 있는 내용들이 많아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 서비스가 출시된 초창기에는 글자 수의 제약 덕분인지 재미있고 인터넷문화를 선도하는 재기발랄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한참 후에 140자의 글자 수 제한을 풀었지만 140자로 글을 쓴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짧게 쓰니 편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긴 글을 쓸 때보다 함축된 문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야하니 오히려 어려움을 겪기도 하죠. 길게 적는다고 결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건 아닙니다. 짧은 문장에 모든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스킬이 최고 소통능력이 될 수 있죠. 물론, 그게 머리로는 잘 안다고 자신하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일’에서 ‘가장 자신 없는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트위터에 글 쓰는 걸 즐겨했습니다. 짧게 압축하여 글 쓰는 걸 늘 자신 있어 했죠. 그러던 중 그가 쓴 어떤 글이 내용을 미처 마무리하기도 전에 140자가 넘어 잘리게 되었습니다. 늘 자신만만했던 거에 후회가 됩니다. 그렇게 자신하더니 결국 자기도 140자 안에 조리 있는 글을 완성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그 글이 게재되어 버렸으니 말이죠. 게다가 누군가 몇몇이 벌써 리트윗을 해서 재전송이 된 후였습니다. 진짜 '아차차' 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네요. 설마 자신이 쓰던 글이 140자가 넘어 맥락 없이 잘릴지는 몰랐겠죠. 나는 아닐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트위터가 한창 유행할 때 140자 소설이 등장하기도 했었답니다. '설마 140자로 소설을 어떻게 쓰겠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짧고 기발한 글들이 릴레이처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짧은 글에 이런 의미를 넣었을까하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예전부터 짧은 글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여럿 있었습니다.


이야기 진위는 확인되지 않지만, 미국 대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내기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친구 한명이 헤밍웨이에게 "단어 6개로 우리를 감동시켜 울릴만한 소설을 써보라"고 했다죠. 그러자 헤밍웨이는 즉석에서 짧은 글을 지어냈습니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음. 


정말 6개 단어로 곰곰이 생각에 잠길만한 글이 되었네요.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을 판다는 건 그 아기가 죽었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어 일단 슬픈 얘기가 된거죠. 사람들은 그 글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 일화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아 믿거나 말거나이긴 합니다.


짧은 글 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답니다. 미국 한 신문사 공모전에 당선된 글인데, 단지 55개 단어로만 쓴 픽션이라고 하죠.


    "조심해, 자기야. 그 권총에 장전돼 있어."

    그는 침실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녀는 침대보드에 기댄 채 쉬고 있었다.

    "이걸로 당신 부인을 쏠려고?"

    "내가 직접 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전문 킬러를 쓸 생각이야."

    "난 어때요?"

    그는 낄낄거렸다.

    "귀엽군. 세상에 어떤 바보가 여자 킬러를 쓰겠어?"

    그녀는 총을 들고 조준한 채 대답했다.

    "당신 부인"


이렇게 짧은 글에도 충분한 이야기가 담겨있네요. 글의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써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고민하며 글을 썼을까요? 소설 주홍글씨를 쓴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자주 말했다고 하네요. "읽기 쉬운 글은 가장 쓰기 어렵다."라고 말이죠.



# 생각보다 쓰기 쉬운 보고서는 여러 장에 별첨까지 있는 문서

# 하지만, 생각보다 쓰기 어려운 보고서는 '원페이지 리포트'

# 그만큼 짧게 쓰기란 어려운 일


☞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여는글'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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