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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주권, 이제는 점수보다 스펙

유학생에게 닫히는 문, 선택받는 인재의 시대

by K 엔젤



친구가 바뀐 캐나다 유학생 정책에 대해서 들었냐고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했다.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PGWP(졸업 후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이제는 캐나다 내에서 수요가 높은 직군, 예를 들어 헬스케어나 컴퓨터 과학 같은 전공을 한 국제 학생들만 3년이 아닌 1년짜리 워크퍼밋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폭증한 유학 비자 신청과 영주권 경로, 그리고 노동 시장의 불균형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칼을 빼든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인도 학생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노골적이었다.

실제로 새롭게 개정된 PGWP 자격에는 영어 점수 제출이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지금까지는 칼리지만 졸업하면 3년짜리 워크퍼밋이 자동으로 나왔지만 올해 11월 이후부터는 달라진다.

대학교 졸업자는 CLB 7

2년제 칼리지 졸업자는 CLB 5


졸업장만 있으면 캐나다에서 3년 살 수 있었던 그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졸업장이 아니라 점수, 시간이 아니라 기준의 숫자가 미래를 결정한다.


배우자 워크퍼밋도 발급 제한

캐나다의 실업률이 오르면서, 임시 거주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변화가 또 하나 생겼다.

배우자 워크퍼밋은 이제 캐나다 시민이나 영주권자 중에서도 PhD 박사 이상 소지자, 혹은 국가가 지정한 중요한 분야에서 일하는 배우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나는 인도 친구에게 물었다.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인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어제 학교 갔는데, 인도애들 숫자가 확실히 줄었더라.”

작년까지만 해도 인도 유학생들로 붐볐던 학교 주변. 지금은 그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했다.

평소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근데 왜 인도애들은 팀홀튼이나 맥도널드에서 그렇게 많이 일해?”

친구는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첫 번째, 최저시급을 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두 번째, 한국 주인이 한국인을 선호하듯, 인도 매니저는 인도인을 뽑는다.

그리고 덧붙였다.
“솔직히, 지금은 같은 인도인들끼리도 피해를 보고 있어. 너무 많아.”

남자친구의 반응은 더 놀라웠다.
“이민자 수를 줄이는 게 맞는 것 같아.”
같은 인도인인 그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집값은 끝없이 오르고,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민자 수를 줄이면 최저시급이라도 오르지 않을까?”
그 말에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번 변경으로 인해

향후 3년 동안 약 17만 5천 개의 PGWP가 발급되지 않을 전망. 파격적인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쉽게 들어와 졸업하는 칼리지 졸업생들에게는 허들을 높이고, 정말 가방끈 긴, 소위 ‘배웠다’고 하는 인재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려는 캐나다.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에서 이민자를 받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는 기준점 없이 너무 무분별하게 받는 것. 특히 공부는 뒷전이고 학교도 거의 안 나오는, 펀잡(Punjab) 출신 유학생들이 터무니없이 많아지면서 캐나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제는 ‘국가 경쟁력에 쓸모 있는 인재들만 받겠다’는 노골적인 기류가 느껴진다.

내 친구는 인도에서 명문 공과대를 졸업하고 석사까지 마친 뒤, 회사 지원을 받아 영주권을 얻은 케이스다. 친구는 가끔 이렇게 말했다.
“인도를 떠난 것 자체에 만족하고 목적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오는 어린 유학생들이 문제야.”

이번 유학생 비자 발급 기준 강화 소식을 들은 그는
“이제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캐나다를 선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

“맞아. 나도 어느 정도 학력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만 캐나다에 오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점점 까다로워지는 캐나다 이민 정책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아무도 자기 밥그릇을 뺏기는 걸 반길 리는 없다. 친구는 가끔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람들 얘기를 한다. 그래서인지 본인도 언젠가 그 대상이 될까 봐 은근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결혼을 생각한다면, 치솟는 집값을 떠올려도 같은 국가 출신 이민자가 계속 늘어나는 걸
원할 리 없을 것이다. 이민자들끼리도 밥그릇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

넘쳐나는 이민자들,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그리고 점점 과열되는 경쟁.

파이를 나눌 자리가 좁아질수록 설 곳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 태생 사람들이다. 나 역시 캐나다 이민을 계획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민자가 계속 늘어나는 걸 보면 어느 순간 반발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다면 이민자 증가를 강력히 반대하는 캐나다 현지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트루도 총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왠지 이해가 가는 밤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이민자가 많지 않았던 옛날의 캐나다와 달리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순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곳.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살짝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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