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공짜
2시간 거리의 인터뷰. 생각만으로도 긴장돼서 전날 잠을 설쳤다.
12시까지 도착하려면 최소 9시 30분엔 집을 나와야 했다.
하늘도 내 착잡한 마음을 아는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룸메이트 졸리에게 우산이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곧 나가야 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결국 나는 그냥 빗방울을 맞으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순간, 아뿔싸! 버스 카드를 집에 놓고 온 건가?
버스를 탔는데 지갑이 가방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뒤적거리자, 백인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인상을 쓰며 손짓했다.
“그냥 타. 뒤로 가.”
순간 스쳤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때 바깥 주머니에서 카드가 나왔다.
보란 듯이 단말기에 “삑!” 찍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를 8정거장 가면 스카이트레인 역. 거기서 4정거장 이동 후, 다시 버스를 타고 46정거장.
평소 약속에 절대 늦지 않는 편인데 지하철 역에서 길을 헤매고,
버스 정거장도 몇 개 더 지나쳐 내려서 결국 12시 도착 예정은 12시 15분이 되었다.
“죄송해요, 조금 늦어요.”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옆에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로 들어오라고 했다.
카페에 들어가자 한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아, 저 사람이 사장이구나.”
“안녕하세요.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카페 운영자답게 인터뷰하러 온 사람에게 센스 있게 커피까지 챙겨주니 기분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그렇게 사장과 나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테이블에 놓였다.
컵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김을 보며 긴장이 살짝 풀렸다.
“초밥은 해보셨어요?”
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아뇨, 먹어본 게 다예요.”
내 대답에 사장은 잠시 멈추더니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