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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말이가 본 캐나다의 현실

이민자의 나라, 그리고 그 안의 모순

by K 엔젤

실제로 LMIA 지원 가능한 곳들은 찾아보면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그 수많은 구인 글을 하나하나 읽고, 또 그중 한 곳을 골라 연락하는 일.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답답함을 못 참는 내 성격 탓에 결국 한국 커뮤니티에 글을 하나 올렸다.


“LMIA 지원 가능한 일자리 구합니다.”


그리고 밑에 짧게 적었다.


“초밥 파트? 롤 파트??”


초밥 말이든 롤맨이든, 이쪽으로 들어가면 Skilled Worker 직군에서 Cook으로 분류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식집 LMIA로 영주권을 딴다는 소리를 들었다. 노동력 부족으로 한인 업주들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소리는 여러 번 들었다. 글을 올린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휴대폰이 띠링띠링. 여기저기서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 사장은 나한테 정확한 상호 주소를 보내주었다.

주소를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내가 사는 곳에서 무려 1시간 5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경력 없어도 초밥을 할 수 있다고? 보통 Skilled Worker 루트로 캐나다를 오려는 사람들은

이주공사를 통해 잡 매칭을 한다. 그리고 일식집이라면 어느 정도 경력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별 뜻 없이 올린 내 구직 글을 보고

“LMIA 지원해준다”는 연락이 바로 오다니.

게다가 정부 비용으로 LMIA를 지원해 준다는 곳이라니.
문자만 보면 영주권 취득 절차를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의 메시지 같았다.

단지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 초밥집의 위치.

써리.



교통카드도 써볼 겸,
“지하철 타고 멀리 한번 나가보자!”

LMIA를 지원해 준다는 그곳. 심지어 다른 직원이 어떻게 출퇴근하는지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이 정도면 사장 만나서 직접 얘기라도 해봐야겠네.”
그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그 문장.

“초밥말이, 롤맨으로 영주권 따는 방법.”

나와는 완전히 다른 루트로 영주권을 따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쇠뿔도 당김에 빼자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다음 날 보러 가기로 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배짱이 좋다.

멀리 타지에서, 겁대가리도 없이, 모르는 사람이 보낸 문자 한 통에 자신 있게 “Yes!"를 외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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