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이 마른 김 위에 올라간 날
“영주권을 따려고 하는 와중에 LMIA 지원해 주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나는 사장에게 솔직하게 내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칼리지 졸업 후 전공 관련 잡을 잡아야 하는데, 스폰해 주는 곳 찾기가 쉽지 않아요.
공부한 쪽으로는 영주권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고요.”
내가 제빵이나 요리 쪽으로 LMIA를 받아 영주권을 따고 싶다고 하자, 사장은 잠시 놀란 듯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해요?
본인은 PGWP가 있잖아요. 지금은 LMIA로 바꿀 필요 없어요.”
사장의 말은 명확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LMIA가 아니라 경력.
“캐나다 이민에서 중요한 건 세 가지예요.
경력
영어
학위
본인은 영어점수도 있고 학위도 있잖아요. 지금 제일 급한 건 하루라도 빨리 경력을 쌓는 거예요.
1년만 채우고 그다음에 LMIA 비자로 바꾸면 돼요.”
그 사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LMIA를 진행하고 있었고, 돈 주고 오는 이민공사들보다 직접 가능성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했다. 자기 밑에서 일한 사람들이 영주권을 따는 걸 여러 번 봤다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점수는 백날 고민해도 해결 안 돼요. 이민 정책은 언제 또 바뀔지 모르거든요.
올해는 문턱이 높지만 2026년 밴쿠버 월드컵 때 서비스 직군 점수는 크게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들 그렇게 시작해요. 손 빠르고,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돼요.
LMIA 절차는 오래 걸리지만, 여기서 1년만 버티면 영주권 루트는 열립니다.”
1년만 버티면…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사장은 내 표정을 보며 덧붙였다.
“써리까지 오기 힘들죠? 2시간 거리라면서요. 그래도 시프트는 안정적으로 줄 수 있어요.
다른 직원들도 다 멀리서 와요. 캐나다에서 살려면, 다들 이런 고생 한 번쯤은 하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의 쓴맛이 이상하게도 현실 같았다.
그 사장 밑에서 일하는 일본인 커플 두 명을 만났다. 그들은 4년 동안 경력을 쌓아 점수를 만들었고,
지금은 영주권 신청 풀에 넣고 기다리는 상태라고 했다. 카페 매니저 역시 나처럼 칼리지를 졸업하고 LMIA를 받아 영주권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사장이 하는 말이 더 신뢰가 갔다.
“어때요, 우리 같이 일 해볼래요?”
그 한마디에, 나의 인생 첫 초밥말이 도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