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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Sep 23. 2024

인도남자와 한국 여자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밴쿠버에서 맞는 특별한 아침




애기야,  내가 아침을 준비했어



멀리서 온  남자친구에게 특별한 요리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과연 우리가 먹을 요리는 한국음식일까 인도음식일까?



다 틀렸다.


네가 아침에 배부르게 안 먹는다고 해서
일부러 간단한 것들을 만들었어


남자친구는 평소에 몸만들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나도 평소에 아침은 사과한 개, 식빵 한 조각에 계란, 바나나 등을 먹는다. 한국에 있을 때는 엄마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아침을 차려주시기 때문에 배불리 먹지만 여기에서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게 된다.


우리 둘을 위한 맞춤 아침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평소 식단 비슷하게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나도 남자친구도 저녁을 배불리 먹었으니 오늘 아침으로는 간하게 사과 하나와 Brown Rice Cake 몇 개에 바나나를 얹고 땅콩버터를 발랐다. 그리고 모닝커피를 만들었다.


우리 커플은  다이어트 중이라서 먹는 영양소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남자친구를 위해서 내가 아침에 먹는 쌀로 만들어진 과자 봉지를 가져가서 만든 게 성공적이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모처럼만에 같이 얼굴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좋았다.

 

남자친구는 자기는 이런 식으로 아침을 처음 먹어본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나에게 엄지 척을 해주었다.


나도 돌아가면 이거 몇 개 집에 쟁여놔야겠어

     

오트밀 과자를 4개를 다 먹은 남자친구는 나한테  과자 봉지에 적혀있는 영양성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실제로 우리가 먹은 그 과자는 쌀로 만들어져 있다. 영양성분도 쌀처럼 탄수화물로만 100% 이루어져서 아침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이거 나는 한 번도 사 먹어본 적은 없었는데
굉장히 몸에도 좋은 과자네

응 캐나다 사람들은 달지 않아서 잘 안 사 먹지만
그때 보니 세일을 해서 나는 이미 집에 많이 사놨지


 이 거 두 개가 70칼로리네
4개 정도 먹었으니 밥 한 공기 먹은 셈이네

누가 다이어터 아니랄까 봐 자기가 아침에 먹은  칼로리도 궁금한 모양이다.


한 개 더 먹을래?


라고 물어보니


아니. 나 이제 배불러

라며 단칼에 거절을 한다.


로맨틱, 성공적

인도 한국 국제 커플이라고 해서 먹는 음식들이 다 한식이나  인도식은 아니다.


먹는 것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아무거나 잘 먹는 것이 우리 커플의 공통점이다.  특히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기 때문에 문화가 다르다고 해도 음식 가지고 싸우는 일은 잘 없다.


어쨌든  나름 고심해서 준비한 아침을 즐겁게 먹는 남자친구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따지고 보면 내가 준비한 것은 별것도 아닌 그저 과자 조각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불평불만 없이 이것저것 다 잘 먹는 남자친구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3년 차 국제커플은  밴쿠버에서 근사하고도 특별한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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