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 후진국 그 어딘가

미지의나라 인도

by K 엔젤

선진국인 듯하면서 아닌, 인크레더블 인디아


인도는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그리고 도로 위 모든 운전자는 경적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
오토바이, 자동차, 릭샤, 툭툭이까지. 한 도로 위를 정신없이 질주한다.
신호? 차선? 그런 건 큰 의미 없어 보인다.

사진출처 : alamy



공항에서 친구 집까지 차로 40분.

차가 하도 많아 느릿느릿 가고 있는데, 갑자기 몇몇 여자가 차창으로 다가와 노크를 했다.

문을 열려는 순간, 친구와 친구 형이 동시에 소리쳤다.


"안 돼! 문 열지 마!”


깜짝 놀란 나는 그들이 몸 파는 여성인 줄 알았는데,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사진출처: alamy

잠시 후, 꽃 한 송이를 든 소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문을 열어달라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낸다.

길바닥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듯하면서도, 안 깔린 것만 못하다.
걷다 보면 깨진 틈, 구멍, 패인 흙… 발을 딛는 매 순간이 모험이다.
바닥을 안 보고 걷다간 발목 접지르기 딱 좋다.


그런데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이 난리통 속에서도 인도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생각보다 낮다.

친구는 설명했다.


"다들 어릴 때부터 주먹구구로 오토바이를 배우고 타. 생존법을 터득하지."


정식 면허 없이도 운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부도 속앓이 중이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다고.


길을 걷다가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도미노피자 가방을 맨 배달원이 한 가정집 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여기가 인도가 맞나 싶어 순간 볼을 꼬집어 봤다.
인도 역시 한국 못지않게 배달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배달이 빠르다고 해서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이 혼돈의 도로 위를 전력 질주해야 하니, 배달원의 삶은 사실상 ‘목숨 내놓기’와 다름없다.

뭐, 한국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인크레더블 인디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 질서와 무질서, 희망과 혼란이 한꺼번에 있는 나라.

공기는 조금 텁텁했고, 오래 밖에 있으니 금세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때, 친구 가족이 나에게 방 한 칸을 내주었다. 며칠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전에 쓰셨던 방이라고 했다. 짐을 풀고, 잠자기 전 준비를 하는데 친구 아버지가 다가오셨다.

“오늘 잠은 잘 수 있겠어요? 혹시 경적소리 괜찮아요?”
중앙난방이 없어 히터를 틀고, 모기향까지 피워주셨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생각보다 인도 사람들 바이브가 경쾌해서 좋아요.
어차피 귀마개 끼고 잘 거라 상관없어요.”


사실 전날엔 낯선 환경 탓에 잠을 설쳤다.
내가 소리에 민감하다는 말을 들은 모양인지, 가족들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인도에선 경적소리가 싸우자는 의미가 아니라, ‘여기 있으니까 조심해’라는 뜻이에요.”

며칠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고 위로해 주셨다.

잠자리에 누웠다.
귀마개를 깊이 눌러 끼우고, 창가를 바라봤다. 그러나 귀를 파고드는 경적소리는 여전히 선명했다.

결국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에어팟을 귀에 꽂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내일 있을 일정, 무사히 소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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