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엔젤 Aug 15. 2023

 인도사람들의 국뽕

BTS를 모른다고?


인도인들은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설날, 추석 같은 민족 최대명절인 홀리나 드왈리가 인도에도 있는데 인도인들은 타국에서도 고유문화를 잃지 않고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 유대하는 등 끈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색깔의 축제 홀리 (Holi)
빛의 축제 디왈리 (Dwali)


나는 지금 캐나다에서 문화적 자긍심이 대단한  인도 룸메이트 친구들과 같이 집을 렌트해서 살고 있다. 나는 사실 인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학교 수업을 같이 듣는 인도 친구들 자기네 나라 인기 있다는 유투버들의 영상을 교실에서도 많이 본다.  버스 안에서도 인도에서 유행하는 틱톡을 보고 인기 있는 가수의 음악을 듣고 최신 상영하는 영화를 본다. 인도친구들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인도에 관한 대화로 시작해 인도에 관한 대화로 끝이 난다.


어제저녁엔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인도 룸메이트 아렌이 밥을 먹으면서 블랙핑크의 베놈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블랙핑크 좋아하는구나! 얘네들 유튜브 구독자 수 놀랍지 않니?", " BTS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수 좀 봐봐. 해외팬들이 많아서 엄청 많은 거야"라고 으스댔다.


하지만 나의 말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도 MZ세대

아렌의 답변이 충격으로 돌아왔다.

“인도에서 인기 있는 가수들은 구독자가 기본이 100 만인데? 너 얘네 알아?" 

오히려 나에게 자기네 나라에서 엄청 인기 많은 가수라며 같이 듣자고 음악을 크게 틀어주는 아렌.


 "에이, 설마. "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반신반의하는 나한테 자기 말을 못 믿냐며 자기가 구독하고 있는 인도 가수의 영상을 나한테 들이미는데 순간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인도의 BTS라고 불리는 힙합 가수들의 유튜브 비디오의 조회수를 보니 2012년 흥행한 싸이의 100억 뷰 뮤직비디오는 이젠  역사로 남기에 충분해 보였다.  인도에서 정말 인기 있는 유투버들은  음악, 영화, TV쇼에 국한되지 않고 기본 100만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으니 인기 가수의 동영상이 100억 뷰를 찍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선 10만 구독자를 가지면 엄청나게 많다고 느껴지지만 인도에선 10만 명을 가진 유튜버들은 흔하다. 인도에서 블랙핑크, BTS 정도의 구독자수를 가진 유투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자부심 강한 한국인로서  아렌이 하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인도의 인구 파워가 미치는 영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데 BTS 지민 팬이라면서 나에게 다가와 지민 사진을 내밀며 수줍게 말을 걸어온  몇몇 여자애들과 어깨를 으쓱거려 가며 대화한 적이 있다.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에서 왔으니 나도 모르게  K-국뽕에 취해 있던 것이다. 그때는 인도에는 BTS 버금가는 가수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은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인도에 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인도친구들의 당당한 태도 꼬리를 내리게 된다.


인도에서는 잔잔한 사랑노래와 흥겨운 댄스음악이 인기가 많다. 인도 룸메이트가 알려준 인도 힙합가수의 노래를 계속 듣고 있으면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아 자꾸 생각이 난다.  인도 가수들을 찾아보면 노래도 잘하고 잘생기고 매력 있는 외모의 가수들도 많은 것 같다. 실제로   글로벌 팬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한국 아이돌 그룹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인도가수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 아티스들이 인도 아티스트들음악적으로도 많은 교류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알렉사, 가수 칸나와 'K-POP X 발리우드' 영상 공개로 인도 공략>

   

14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인도. 캐나다에서도 자기 나라 문화사랑이 대단한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BTS의 인기를 넘는 가수가 인도에서도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K-Pop의 다음타자로 인도의 I-Pop이 인기를 얻어 유명해져서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는 시대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론 30년 동안 K-국뽕으로 무장하고 살아온 나로서는 인도 대중문화 산업의 빠른 발전을 보며 조금은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 영어 적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