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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greens Feb 23. 2020

오늘, 딸기우유 만들기

잉여로운 한 주의 끝, 달달한 요리로



지난 목요일,

깜빡하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하게 되었다.


'불편하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한편으론 모처럼 찾아온 '자유'라는 생각도 들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짧은 순간에도 

핸드폰 진동에 반응하고,

누군가의 연락에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성격인지라

'어쩔수없이' 생긴 '연락두절'이 괜히 반가웠달까.


자리를 잠깐 뜰 때마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하려던 일에 집중하고,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하는 부담을 덜어낸 것 

그 자체로 왠지 숨통이 트였던 하루였다.



그 사이 이번주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세 자리 수로 크게 늘었다.

괜한 피로감에 내가 뜻밖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지 않을까 싶어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코로나포비아'로

반강제 집순이, 집돌이가 된 이번 주말.


영화 네 편을 연달아 보고도

시간이 한참 남은 우리는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잠깐 산책을 다녀오긴 했지만)


우리의 이번 주말같이 남아있는 

과일과, 우유를 꺼냈다.


꿀과 설탕을 가득 넣어 만든 달달한 딸기 우유로

여유롭다 못해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 주말을

더 느긋하게 보내고 싶었다.



재료


· 딸기 한 팩 (약 24개)

이번주, 친구들이 집에 오면서 

딸기와 블루베리를 사가지고 왔다.

이미 딸기가 2팩이나 있었던 터라,

상하기 전에 딸기청을 만들면 되겠다 싶어 

냉장고에서 꺼냈다.


· 꿀 180g

태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선물해준 꿀.

이 기회에 활용하게 됐다.


· 설탕 200g

꿀이 적어 집에 남아있던 유기농 흑설탕도 꺼냈다.


· 흰 우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흰 우유,

이번 기회에 다 해치웠다.


· 공병 여러개

지난번 레몬청에 자신감을 얻어,

추가로 공병을 주문했다.



만들기


· 하나, 딸기를 잘 씻는다.


딸기는 꼭지를 미리 떼고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혹시 몰라 식초물에 한번 더 행궈준다.



· 둘, 딸기를 자른다.


보통 믹서기로 딸기를 갈거나,

매셔로 딸기를 으깨주면 되지만

크기가 커서 네 조각으로 잘라준다.


빨간 딸기를 자르면 속살이 뽀얗게 드러나는데,

특유의 딸기향과 색깔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 셋, 딸기를 으깨고 꿀, 설탕과 섞어준다.



믹서기로 갈아도 되지만,

딸기가 어느정도 씹혀도 좋을 것 같았다.

감자 으깨는 데에 쓰는 매셔로 딸기를 으깨주었다.

꿀과 설탕도 적당히 넣어주고 섞었다.


티스푼으로 한 숟갈을 떠서 먹어보니 

달달하니 맛있다.




· 넷, 공병에 담고, 필요한 만큼 덜어 우유와 함께 먹는다.


다 만든 딸기청을 공병에 담았다.

레몬 청과 달리 진득한 색깔이 눈에 띈다.



1/3정도 딸기청을 담고 그 위에 우유를 가득 붓는다.

딸기와 우유와 섞이니 분홍 분홍한 것이 예쁘다.




-


꼭 필요하다 생각했던 것이 없어질 때,

뜻밖의 여유와 자유가 생긴다.


빽뺵하게 자리잡은 일정에서도 잠깐 벗어나면

생각보다 시간은 느리게 가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뒹굴뒹굴 누워 있을 시간도 생긴다.



내일이 월요일이란 생각에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렌다.


가끔은 이렇게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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