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매여인의 슬픔

<모야모야>

by 카이

일본 요양원의 아침은 회의로 시작한다. 회의시간에는 어젯밤에 있었던 특이사항에 대해 보고 받고, 오늘 예정된 일정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시설장은 여러 가지 사항을 요양보호사들에게 전달한다.


오늘 있었던 회의에서는 새로운 이용자가 오후에 입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설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었다. 특이사항은 연령이었다. 새로 입소하시는 분의 연령은 50세라고 했다.



너무 젊은 나이 아니야?


회의시간에도 깜짝 놀랐지만, 회의가 끝나고 요양보호사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요양원 입소하기에 너무 젊은 나이 아니야?"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들의 평균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새로 입소하는 분의 나이는 젊어도 너무 젊다. 어지간한 요양보호사들보다 연령이 어린 분이다.


3년 전에 60세의 여성 한 분이 치매 초기로 입소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도 나를 비롯한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연령이 너무 어려서 깜짝 놀랐었다. 일반적으로 내가 있는 곳엔 80 혹은 90대 노인분들이 입소한다. 놀랐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모야모야


이 분은 어릴 적에 '모야모야병'이 발병했었다고 했다. 그동안 병원치료를 겸하며 살아왔었는데, 삶을 살아가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참고로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뇌혈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작은 혈관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병이라는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모야모야(もやもや)라는 병명은 모야스(燃やす)라는 일본어에서 출발한다. 모야스(燃やす)라는 일본어는 '태운다'는 의미의 일본어이다. 이 병이 발현되면, 뇌 속의 작은 혈관이 새롭게 생겨 위로 퍼져나가는데, 마치 무언가를 태울 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병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후 일본의 한 의사가 이 병을 연구하고 이름을 처음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병명이 일본어인 모야모야병이다.



젊은 치매


일본에서는 65세 이하의 연령에서 치매가 발현될 경우, 약년인지증(若年認知症)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이런 단어가 있다는 의미는, 65세 이하의 연령층에서 치매가 발병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가 어느 정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65세 이하의 연령에서 발현되는 약년인지증(若年認知症)을 가리켜, 젊은 치매, 초로기 치매 혹은 조발성 치매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된 이 여성분은, 어릴 적 모야모야병이 발병하였으나 일상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뇌혈관질환으로 분류된 모야모야병으로 인해서 치매가 발현이 된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 또한 젊은 시기에 발현되어 버린 케이스인 것이다.



입소


오후 요양원에 오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요양원의 초인종이 울렸다. 그리고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긴 생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 한 남성의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혀 내가 일하는 요양원의 입소와 어울리지 않는 젊은 연령층의 여성이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요양원의 이용자 평균 연령은 90세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질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 외모도 4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본래 연령보다 약간 동안이었다. 이하 아스카 씨라고 하겠다. 물론 가명이다.


아스카 씨는 어색한 미소로 시설 안으로 들어와서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잠시 나누어 보았다. 어눌한 발음이라고 해야 할까? 발음이 약간 불안정했다. 이해를 못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상대방의 언어는 대부분 이해는 하고 있으나 발음을 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아스카 씨가 '예', '아니요'로만 대답할 수 있도록 질문의 형태를 변형시켜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치매 초기라고 들었지만, 의외로 매우 또렷하게 본인의 생각으로 나에게 의사표현을 하였다.


이후, 아스카 씨는 요양원에서 준비한 본인의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그리고 남편분과 함께 방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남편분과 방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남편의 손을 잡고 요양원의 거실로 나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모습도 보였다. 내 느낌이었을까? 아스카 씨의 눈이 왠지 슬퍼 보였다.



젊은 치매여인의 슬픔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남편은 돌아갔다. 그리고 밤 9시 취침 시간이 되었고, 아스카 씨는 나에게 수고하시라는 인사를 한 뒤 본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나를 대하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밤은 더 깊어졌다. 요양원에서는 밤 11시가 되면 개인방을 돌아보는 일을 한다. 일본어로는 순시(巡視)라고 하는데, 일종의 어르신들의 안전확인 업무이다.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 혹시 잠들지 않고 있다면, 도울 일은 없는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다른 할머니들의 방을 조심히 들여다보았다. 모두 조용히 주무시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카 씨의 방문 앞에 서서 조심히 문을 열어보려는 순간 어떤 소리가 방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흑~흑~"


아스카 씨가 조용히 흐느끼고 울고 있었다. 본인의 처지가 기가 막혔을까? 만약 나였어도 기가 막혀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아직 노인도 아닌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요양원에 입소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기가 막히지 않을까? 나도 덩달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는 한동안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차마 문을 열어보지 못한 채 거실 한 편의 사무공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스카 씨가 스스로 마음을 잘 추스리시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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