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이나 먹으러 가자!

by 카이

몇 해 전 일본에서 방문요양의 일을 시작할 즈음의 일이다.


카네코 할머니(가명)의 집에 갔다.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부산에서 사시다 중년의 시기에 일본에 오셨던 90세 할머니.


이곳에서 오늘 내가 할 일은 집 청소 혹은 할머니와 함께 장 보러 가기다.


집안에 들어서자 할머니는


“청소고 나발이고 요 앞에 우동이나 먹으러 가자!”


라고 하셨다.


예정에 없는 일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시설에 전화하여 확인을 했다.


“할머니가 우동 드시러 가고 싶으시다는데, 어쩌죠?”

라고 보고하자 요양원장은 흔쾌히 동행하여 다녀오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가끔 할머니와 우동을 먹으러 다녔고, 할머니는 매번 너무 즐거워하셨다.


...


그 후 시간은 흘러갔으며 반년 전, 카네코 할머니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홀로 집에서 생활하실 수 없으신 연유로 요양원에 입소하셨고, 치매가 굉장한 속도로 진행되셨다.


점점 말을 하지 못하게 돼버리시고, 금세 신체능력도 쇠퇴하여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시게 되어버렸다.


이제 할머니는 요양원의 본인 방에 홀로 조용히 누워 천장만 바라보시고 계신다.



-할머니, 제가 누군지는 알아보세요?


“쳇,...그걸... 모..를까”


어이없어하시며 날 바라보셨다


“이렇게 계속 누워계시면 어떡해요~ 같이 우동 드시러 가셔야죠”


할머니는 엷은 웃음을 지으시며 다시 천정을 바라보신다


아마도 이제 할머니와 우동을 먹으러 가진 못할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촛불이 사그라져 간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별이 말없이 점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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