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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cial worker Jan 16. 2019

사회복지사의 하루

아침 7시


경기도에서 서울로 1시간 30분 남짓한 출근길을 떠난다. 

사람이 가장 많다는 1, 2호선 지옥철을 7년 동안 경험했지만 적응이 쉽지 않다. 

집 근처에 있는 기관으로 이직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기관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신입을 많이 뽑기 때문에 어중간한 연차인 나는 이직을 주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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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30분


복지관 도착, 다이어리를 작성하며 하루 업무를 살펴보니 오늘도 자리에 앉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런 날에는 민원업무뿐만 아니라 작성해야 할 서류(일지나 결과보고)도 많기 때문에 야근을 위한 식사대용품을 미리 챙긴다. 


전화가 울린다.  

"안녕하세요. 주민과 함께하는 ○○종합사회복지관 ○○○입니다." 

수화기 넘어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래교실 담당하는 아가씨 있어요?" 

자리를 보니 그 팀의 팀장서부터 팀원들까지 모두 없다. 우리 기관에서 가장 '핫'한 노인여가문화사업 신청이 오늘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노인복지관이 하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사는 곳에서도 멀어 오고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접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접수를 받는다고 공지하였지만, 복지관 문이 열리기도 전인 오전 7시부터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안내하자, 

"오늘부터 노래교실 신청할 수 있다던데, 내가 어디를 좀 와서 늦을 것 같아. 나 좀 대신 신청해주면 안 될까?"

라고 물으신다. 

담당자가 아니라서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하자, 

"담당자 휴대전화 번호 좀 알려줘. 내가 그 선생님 잘 알거든. 직접 이야기해볼게."라고 하며 연락처를 묻는다. 개인 연락처는 알려드리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차에 담당자가 잠깐 사무실에 들렀다. 전화를 넘긴다. 

담당자는 다른 어르신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대신 신청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수화기 너머 어르신의 간곡한 요청에 안타까운 표정을 짓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복지관 노인여가문화사업의 경우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노인 수요는 많으나 기관 자부담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강사 인건비 부담과 복지관 공간 부족으로 수업을 증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관에 보조금과 후원금이 넉넉하면 좋으련만 보조금 인상폭은 적고, 후원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러한 선착순 경쟁은 매 년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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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


"선생님, 저 왔어요~." 

5년 넘게 기관과 인연을 맺어온 방문이미용 봉사자가 도착했다. 

기존에는 두 명의 봉사자가 함께 했지만, 지난달에 취업이 되어 한 분이 그만두었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시기에 재취업이 되었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속으로는 아쉬울 따름이다.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봉사자를 새롭게 연결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취업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식사를 하고 계신다. "밥 먹고 하면 안 될까?" 어르신이 묻는다. 오전 중에 한 명뿐인 봉사자와 다섯 가정을 방문하려다 보니 마음이 급하다. "어르신, 식사하고 계세요~. 다른 어르신 댁부터 먼저 다녀올게요!" 어르신께선 웃으며 담당자 좋을 대로 하라신다. 누구는 동네에 미용실도 많은데 복지관에서 이런 것까지 하느냐며 물을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미용실에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사업이다. 


기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복지관 앞에 119 구급차 한대가 서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른 뛰어가서 확인해본다. 경로식당에서 식사를 위해 기다리던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한다. 경로식당 담당자는 법인카드를 챙겨 재빨리 구급차에 탑승한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가끔 동네에 구급차가 서 있는 것을 보면 혹시 우리 어르신이 아닐까 염려하며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아직 직접 눈으로 임종을 맞은 어르신을 본 경험은 없지만 그러한 경험이 있었던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일 같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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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1시~12시


방문이미용을 다녀온 후 사무실 책상에 앉을 새 없이 식사배달 사업 상담을 위해 복지관을 나선다. 

식사배달사업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매일 3,500원씩 단가로 도시락 배달을 해드리는 것으로 현재 47명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지만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아 선정 회의를 통해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자로 오랫동안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늘 찾아뵐 어르신은 동네 이웃분이 식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기관에 전화해주어 알게 되었다. 자녀들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연락을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안 그래도 힘들게 사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상담을 마치고 어르신에게 사업 참여 절차를 안내드린 후 기관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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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점심시간이다.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은 경로식당에 오고 가며 주 6일 복지관에서 무료로 점심식사를 한다. 경로식당 또한 61명에 해당하는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기관에서 9명을 자부담하고 있다. 직원들은 급식비를 내고 경로식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점심시간에는 당직 직원 한 명이 전화 응대와 방문자 안내를 담당한다. 주 6일(주 5일제이지만 토요일에는 직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 근무일에서 전 직원이 오전,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당직을 맡고, 토요일에도 당직의 순번이 있다. 그 외 직원들은 식사를 하고 휴게실에 모여 커피를 마시거나 자기 자리에서 쉰다. 


"○○○ 선생님~, 주민분이 찾아오셨어요." 

아직 점심시간이지만 담당 사회복지사는 쉴 틈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주민을 맞이한다. 점심시간에 걸려온 전화는 메모로 남길 수 있지만, 직접 방문한 주민에게 '점심시간이니 1시 이후에 다시 오세요.'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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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청소를 시작한다.


기관에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조금 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전 직원이 각자 맡은 구역을 열심히 청소한다. 청소 노동자가 있긴 하지만 운영비 부담으로 오전에만 근무하기 때문에 화장실과 복도를 제외한 공간은 우리가 매일 청소하고 있다.


청소를 끝내고 낮 모임을 갖는다. 사회복지 업무 특성상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모임을 통해 일정을 공유한 후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타 팀 후원 담당자가 오늘 오후에 쌀 200개 후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아, 오늘부터 일주일간 쌀 배달로 어깨와 허리가 뻐근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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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4시


요리 레시피와 재료를 들고 조리실로 내려가자 참여 주민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늘은 요리활동이 있는 날이다.

혼자 생활하는 남성 어르신과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월에 두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대부분 내가 준비해 온 레시피를 참고해서 요리를 진행한다. 유명 셰프를 불러오면 홍보도 되고 참여하는 주민도 많아지겠지만 사회복지사가 요리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보다 고립되어 있는 주민들이 모여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도록 독려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물론 예산의 문제도 있다.) 


"오늘 고기 상태가 좋네~." 참여자분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건강에도 좋고 맛있잖아요~."라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참여자 대부분이 레토르트 식품으로 식사를 대충 때우는 식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에서라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은 참여주민 중 한 사람이 요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요리에 능숙한 사람은 담당자를 대신해서 직접 진행하기도 하고,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은 재료를 다듬거나 뒷정리하는 등 본인의 역할을 찾으며 다 함께 하나의 요리를 완성한다. 1년 이상 합을 맞추다 보니 이제 웬만한 요리 하나는 금방이다. 


활동을 하다 보니 요리보다 모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이는"내가 집에서 죽으면 언제 발견될지 몰라요. 그래도 요리에 참여하면 한 달에 두 번은 누군가 나한테 전화하잖아. 그게 좋아요."라고 하신다. 물론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이 어색한 사람은 한두 번 분위기만 살피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본인이 원하면 다시 참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안부확인을 위해 종종 연락드리고 있다. 


요리를 마치고 나니 자리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남겨져있다. 확인해보니 어제 식사배달사업 선정 결과를 안내했던 어르신이다. 


전화를 건다. 

같은 건물에 살고 본인도 똑같이 수급자인데 왜 그 사람은 되고, 본인은 안 되냐고 묻는다. 

전 날에도 말씀드린 내용을 다시 설명한다. 

"어르신, 저희가 식사배달사업은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참여수가 제한되어 있어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몸이 불편해서 혼자 식사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우선 연결해드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설명드려도 "굶어 죽으라는 거야. 뭐야. 내가 구청에 민원 넣을 거야."라며 전화를 끊으신다.


씁쓸한 마음을 잡고 업무를 하던 찰나 관장님 실에서 회의 중이던 부서장들이 문 밖에 나왔고, 곧이어 팀 회의가 소집되었다. 3주 뒤에 예정되어 있는 하반기 평가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복지관은 자체적으로 상하반기 연 2회 내부 사업평가를 진행한다. 물론 4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 시설 평가, 매년 이루어지는 구청 지도점검이 있지만 이번에 하는 하반기 사업평가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들의 성과를점검하고, 내년 신규 사업에 대한 구상 등 전 직원이 함께 토론하고 평가하는 시간이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꼬박 사흘이 소요되었는데 올 해는 줄여서 이틀 안에 마치기로 했다. 그만큼 핵심 사업, 논의가 필요한 사업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여러 개의 평가서를 작성하며 저녁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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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5시 30분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기 위해 매주 한 번 사업 안내문과 명함을 들고 지역 상점을 찾는다. 주로 지역에 오래된 슈퍼와 미용실, 부동산 위주로 방문하며 유독 술을 자주 사는 사람,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 월세가 체납되어 퇴거 위기인 사람 등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복지관에 전화 줄 것을 요청드린다. 모든 상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안녕하세요. 복지관에서 왔는데요."라고 운을 띄우면 더 들어보지도 않고 "우리는 후원 못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하는 사장님도 있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거기다 놓고 가세요"라고 차갑게 이야기하는 곳도 있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이럴 때마다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에서 자주 보던 주민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선생님~ 날도 추운디, 오늘은 어디가유? 추운데 고생하네"라며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이 있어 이내 마음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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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 


지역을 누비고 돌아오니 벌써 퇴근 30분 전이다. 

서둘러 사무실 자리에 앉아 다시 일할 준비를 한다. 외부 활동이 많았던 만큼 기록해야 할 것들도 많다. 

방문이미용과 요리활동은 사업일지로 기록하고, 봉사자가 참여한 방문이미용은 봉사 시간을 입력한다. 식사배달사업은 초기 상담지를 토대로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얻은 정보와 담당자의 의견을 꼼꼼히 작성한다.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실적 입력까지 다 하고 나니 이미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갑자기 아차 싶은 생각에 기관 메일을 확인한다. 구청에서 보낸 이메일 내용을 확인해보니 내일까지 실적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맙소사, 오늘 메일을 보내 놓고 내일까지 제출하라니..' 역시나 오늘도 생각했던 것보다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질 것 같다.  






**한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이야기로 타 기관과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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