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꿈

나는 나의 꿈을 은폐했었다

by 잘자유


출판마케터 과정에 합격했다. 30살의 공대생 출신인 나에겐 과분한 기회다. 이 교육을 통해서 마케팅에 대해 배울 수 있고, 교육을 마치면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두고 왜 고민하는 걸까?



출판마케터 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다른 일을 벌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SNS에 내 생각을 노출시키고,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알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알아갔다. 이 모든 일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출판사에 가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해 보면 비슷해 보인다. 출판사의 책을 알리고, 그 책을 위한 글을 쓰고, 그 책을 위한 행사를 기획할 것이다. 그런데 뭔가 마음에 걸린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책을 알리고 싶은가? 나는 그것을 위해 퇴사했나?



아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



나는 다른 책을 위한 글을 쓰고 싶은가? 아니다. 나는 나를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는 북토크를 기획하고 싶은 걸까? 아니다. 나는 북토크에서 강연하고 싶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내 책을 쓰고, 내 책을 알리고, 내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알리는 사람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이 꿈은 오래된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너무나도 많았고, 내가 보기에도 나의 작품은 부족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는 상처받았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의 욕구를 꽁꽁 숨겼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다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꽁꽁 숨긴 탓인지, 다시 찾아보려 했을 때는 이미 깊은 수면 아래 숨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 주변에서 빙빙-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캐고 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그 일 가까이에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를 돕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잇단 행운이 찾아왔던 날, 나를 가장 기쁘게 했던 건 브런치 작가 데뷔 소식이었다. 출판마케터 과정 합격보다도, 아주 많이 기뻤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렇게 나는 출판마케터 과정을 포기했다. 그리고 꿈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