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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Aug 02. 2022

여름의 소리

여름은 OO와 함께 온다

 

매-앰. 매-앰. 매미 소리가 쨍하니 울린다. 머릿속에 매미가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 양옆으로 나무가 울창하게 펼쳐진 길을 지나갈 때, 매미 소리가 서라운드 스피커로 재생되는 듯하다.



 이 동네로 이사 온 것은 작년 10월이다. 이 말은 곧, 이 동네에서 맞는 여름은 처음이라는 뜻이다.     






 처음 이사 온 10월에 벌레 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다. 우리 집은 7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를 벌레가 복도로 자꾸 날아들었다. 작은 벌레도 아니고 손가락 두 마디 만한 방구벌레였다.



산속에 둘러싸인 여고에 다니던 시절, 교실 방구벌레가 들어오창이라도 하듯 꺄악 꺄악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곤 했다. 용기 있는 한 친구가 벌레를 잡으면 지독한 냄새가 났다. 여고생들은 그 냄새에도 꺄르륵 꺄르륵 웃었다.


그 추억의 방구벌레가 가끔은 집 안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생긴 것도 큼지막하니 징그러웠지만, 날아다니기도 잘 날아다녀서, 우리 부부를 아주 무섭게 했다.     






 여름이 오면 방구벌레가 다시 나올까 걱정했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을부터 나오는 벌레인가 보다. 그 대신 이곳은 매미 천국이 되었다. 원래 매미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내가 에어컨이 틀어진 쾌적한 사무실 안에만 있어서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이 동네에 매미가 특별히 많은 건지 이제는 헷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살면서 이렇게 많은 매미를 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몇 주 전부터였을 거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바닥에 매미 시체가 한두 개씩 나뒹굴고 있었다. 그게 매미가 벗고 나온 껍질인지, 아니면 다 울고 죽은 매미인지는 몰랐다. 자세히 보지 않고 열심히 피해 갔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매미가 우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리기도 했다. 옆에 있는 나무에 매미가 매달려 있는 건지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거기에 매미가 정말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했다. “이 동네 매미 진짜 많지 않아?” “맞아, 진짜 많은 것 같아. 저기 나무 좀 봐.” 무심코 본 나무엔 5마리가 넘는 매미가 붙어있었다. 딱, 눈높이에 있는 나무껍질에 죽은 매미인지, 산 매미인지 모를 무채색의 매미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보자마자 나무를 쳐다본 걸 후회했다. 아직까지도 그 나무의 잔상이 남아있다.      



 “원래 매미가 저렇게 잘 보이는데 붙어있나?”


“그러게, 보통은 잘 안 보이게 숨어있지 않나?”



신기해하며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그 이후로 서라운드 매미 사운드가 들리는 곳에서는 나무를 쳐다보지 못하게 되었다. 매미가 내 뇌 속에서 우는 것처럼 쨍쨍하게 울어도 말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매미 소리가 가득한 길을 지나쳐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이런, 아파트 입구에서 또 매미의 시체를 한 구 발견했다. 이건 아무래도 매미 껍질이 아니라 매미 시체인 것 같다. 매미와 함께 여름이 오고, 또 매미와 함께 여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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