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를 봤다. 대출을 잔뜩 끼고 내집마련을 했는데, 어느 날 발생한 씽크홀 때문에 집이 통째로 땅으로 꺼져버리면서 영화는 시작됐다. 그럴 수 있나? 하며 가볍게 영화를 봤다. 하지만 찾아보니 이 씽크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서도 씽크홀이 발생해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씽크홀은 땅 속의 지하수가 빠져나가 빈 공간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새 도시에서 지하수를 안 쓰는 곳은 없다. 특히 생긴 지 오래된 도시는 하수관로에 결함이 생기기 쉽지 않을까? 도시를 지나가다 갑자기 씽크홀에 빠지는 상상에 사로잡히며 불안해졌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 하수관로 경함탐지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재단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하수관로 결함 탐지기술’은 현재 서울시 자치구에 적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하수관로 CCTV 영상을 분석해서 20종의 결함유형을 인공지능이 자동 식별해 주는 기술이다. 만약 영상에 문제가 있으면 검사관에게 알림을 준다. 보통은 고장 나 이상이 생기면 이후에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이상을 발견하고 고칠 수 있다. 우리의 씽크홀 걱정이 한결 줄어드는 것이다.
이 기술은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괴 ‘인텔리전스 대상’을 수상했고, ‘사우디 글로벌 AI 서밋행사’에서도 우수사례로 발표되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 어워드 본상 및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기술이 많은 곳에서 인정을 받고 또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어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괜히 뿌듯했다.
서울시는 이 외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기반 건축공사장 위험요소 관제 솔루션’이다. 이 기술은 공사 현장에서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알림을 주는 시스템이다. 위험한 상황뿐만 아니라 꼭 지켜야 하는 안전수칙들을 지키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해 준다. 안전 수칙만 지켜도 사고 발생 확률이 확실히 줄어들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고사망 중에서 건설업의 사고사망자가 50.4%로 1위라고 한다. 또 산재 사망사고 요인 중 추락이 42.4%로 1위라고 한다. 서울시의 ‘인공지능 기반 건축공사장 위험요소 관제 솔루션’을 통해 2023년 건설업 사고 수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횡단보도 관련 기사를 접했다. 26초 만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해 도로에 갇혀버리는 사회적 약자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도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닌 경험이 있어 정말 공감이 되는 기사였다. 또 횡단보도 중앙에 위험하게 서 계신 노인 분들을 가끔 목격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AI를 접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찾아보니 이미 그런 사례는 있는 듯했다. 인공지능 카메라가 보행자와 차량을 판독해 인식하고, 보행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신호를 자동 연장하는 기술이었다. 도로교통공단에서도 이 기술을 공인 인증 했다고 한다. 이미 2021년에 뉴스에 나온 이 시스템을 더 확장해서 서울시 곳곳에 적용하면 어떨까? 아니면 노인들, 어린이들이 많은 지역에 우선 설치하면 어떨까?
하수도, 건설 현장뿐 아니라 시민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에서 AI가 활용되어 더 안전한 서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