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자원순환차 기사님의 현란한 기술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분수예요.
신록이 우거진 5월은 산책하기에 아주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하고 있어요.
아침 여덟 시 반쯤이면 어김없이 재활용품 수거차량 두 대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찾아온답니다. 거대한 집게손 차는 분리수거장에 있는 박스 더미가 수북이 쌓인 크고 무거운 마대자루를 집게손으로 번쩍 집어 올려 옆에 세워둔 트럭에 박스를 쏟아붓고, 박스 더미를 집게손으로 쿵쿵 누르고 여러 번 다진 다음에, 박스 위에든 사이에든 어딘가에 있는 마대를 찾아 집어 올리고, 다시 원위치인 바닥에 떨어뜨리지요. 매일 자원순환차 기사님들의 능수능란한 일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 마음에는 감사와 존경심이 마구 솟구친답니다.
저분들이 아니었다면, 저 기사님들이 수고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쓰레기로 뒤덮여 혼란 가운데 살아가게 되었을 테니까요.
저는요, 매일 오후 두 시를 기다려요. 두 시가 되면 아파트 단지에 있는 아름다운 분수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거든요. 공중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하얀 물줄기들을 보고 있으면 햇볕이 뜨거운 날엔 더욱더 시원한 청량감으로 기분이 짜릿해진답니다. 형과 누나들이 분수 주변에서 물장난 치며 놀거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유모차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저도 덩달아 신이 나고 행복해지지요.
오전에는 어른들의 노고를 느끼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평화를 관찰하며 저는 오전과 오후 한 번씩 꿈나라에 다녀오지요. 새들이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소리, 쏴아 쏴아 쏟아져 나온 물줄기 뒤에 뽀글거리는 하얀 포말들, 주인과 산책하는 강아지들, 어린들의 조잘거림과 웃음소리들을 모아서 꿈나라에 저장하며 제 몸과 마음의 키를 쑥쑥 키운답니다. 꿈나라에서는 제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모든 게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기억저장소에 아로새겨지게 되지요.
요즈음 빨간 덩굴장미와 흰 산딸나무꽃이 장식하고 있는 정원을 감상하고 산책하면서 제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봐요. 저도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은데, 아직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이에요. 제가 자전거를 혼자서도 잘 탈 수 있는 날이 머잖아 오겠지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