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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하루

__양말과 아이스크림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소유예요. 집 주변을 산책하다 만나는 노란 모감주나무꽃, 주황색 원추리꽃, 연보라색 메꽃이 후텁지근한 7월을 시원하게 수놓고 있어요.


얼마 전에 뽀로로 친구인 루피 얼굴이 발목에 그려져 있고 흰색과 연보라, 노랑, 분홍색이 단으로 나뉘어 멋진 색조화를 보이는 양말을 보는 순간 제 맘에 쏙 들었어요.


아빠에게 이 양말을 신겨 달라고 발을 쑥 내밀자 아빠는 바로 제 뜻을 읽으시고 양말을 신겨주셨어요. 헤헤.


저는 신이 나서 거실을 뛰어다녔어요. 그러다 응가가 마려워 기저귀에 응가를 눴어요. 엄마는 저를 화장실로 데려가 물로 제 엉덩이를 씻겨줄 참이었죠. 방금 신은 양말을 벗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구 울면서 떼를 썼어요.


아빠는 우는 저를 보시고는 그냥 신긴 채로 씻겨야겠다고 제안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엉덩이를 씻고 나서는 결국 그 양말을 벗어야 한다는 거였지요. 엄마가 젖은 양말을 벗기자 저는 너무 슬퍼서 엉엉 울어버렸어요.

그런 저를 보신 엄마는 얼른 젖은 양말을 꼭 쥐어 비틀어 물기를 짜내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어느 정도 없애고는 제 손에 들려주셨지요. 그제야 저는 울음을 그치고 예쁜 양말을 꼭 쥐었답니다. 다른 양말을 신겨줘도 싫다고 할 만큼 그 루피 양말에 집착했어요. 유모차를 타고 외출할 때도 그 젖은 양말을 두 손에 쥐고 나갔고요.


요즘 저는 아이스크림가게 놀이에 빠져 있어요. 동그란 그릇에 아이스크림이 담겨 있고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블루베리, 딸기, 과일이 장식된 동그란 윗부분이 버튼 하나를 누르면 안으로 들어갔다 뒤집혀 나왔다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지고 놀았어요. 그러다가 졸음이 쏟아져 엄마가 '이제 방에 가서 자자~~!' 하시길래 엄마랑 제 방으로 들어갔어요. 두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꼭 쥔 채로요.


엄마 품에 안겨 스르르 잠이 드는 찰나 엄마는 저를 바닥에 눕히셨고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가져가셨어요. 저는 곧바로 잠이 깨서 앙~~ 울음을 터뜨렸어요. 그러자 엄마는 얼른 아이스크림을 다시 손에 들려주셨어요. 그제야 저는 안심하고 꿈나라로 날아갔답니다. 하하.


저는 제 두 손에 들고 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요. 책이든 과자든 포크든 뭔가를 들고 있는데 누나가, 엄마가 가져가려고 하면 정말 싫어요. 그땐 제 유일한 최강 무기인 울음으로 방어를 하지요. 절대 뺏기기 싫어서요.


유독 저만 그런 걸까요? 아닐 거예요.


그 물건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가져가려고 하면 누구든 싫은 감정을 느끼잖아요.


저는 매일 키도 쑥쑥 크고 마음도 생각도 자라고 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두 손과 마음에 소유하는 모든 것에 굉장한 애정과 몰입을 경험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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