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눈오리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순호예요 어젯밤에는 눈이 와서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나가서 눈을 가지고 놀다가 들어와서 잤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어요. 아주 성가신 콧물이요.
아침에 아빠는 누나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누나 옷을 입히고 준비를 하셨어요. 누나는 야외활동을 할 거라며 장갑을 챙겨가야겠다고 말했어요. 저는 엄마에게 손을 뻗으며 장갑을 달라는 무언의 요구를 했어요. 눈치 빠른 엄마는 얼른 뽀로로 면 손장갑을 제 손에 끼워주셨어요. 저는 뽀로로 손가락장갑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서 헤벌레 웃었어요.
우주복을 입고 부츠를 신기까지 외출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걸어서 집 밖으로 나온 저는 엄마 손을 잡고 터벅터벅 눈길을 걸었어요. 신기하게 신발 밑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자꾸 났어요. 엄마는 뽀드득뽀드득!이라고 말하셨지만 제 귀에는 바스락바스락 소리로 들렸어요. 엄마는 눈 위에 찍힌 신발 바닥 발자국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우리는 생각에 잠겨 오래오래 눈길을 느릿느릿 걸어 다녔어요.
무척 춥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엄마랑 둘이 바깥에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까마귀, 까치, 참새 소리도 들리고 새들이 분주히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었고요. 엄마는 하늘에 하얀 구름이 어디로 가고 있을까? 하고 물으시며 손가락을 하늘 쪽으로 가리키셨어요. 저는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나뭇가지들, 하얀 눈길을 차례로 번갈아서 바라보느라 아주 바빴답니다.
엄마랑 걷다가 어젯밤에 누군가가 빚어놓은 작은 눈오리들을 봤어요. 저는 눈오리 하나를 손으로 만져 보았어요. 곧 제 장갑이 젖어서 내려놓아야 했지만, 저는 오리라면 다 좋아요. 노란 오리든지 하얀 오리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