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벽돌장난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시민이에요. 요즘 우리 집 근처에는 조경회사에서 나온 조경사 아저씨들이 사다리차를 타고 장송 가지치기를 하고 계세요.
저는 바닥에 떨어진 솔가지와 솔방울을 관찰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저씨들의 거친 톱질에 툭툭 떨어지는 큰 솔가지들을 보면서 키 큰 소나무들이 아플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일 년 가까이 집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는 여자아이가 있어요.
예쁘장한 하얀 얼굴에 반들거리는 까만 머리를 양 갈래로 땋고 있던 그 아이는 할머니와 어린이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할머니끼리 인사하고 있는 동안 그 여자아이는 조그만 손에 하얀 강아지를 쥐고 있다가 우리 할머니에게 자랑하듯이 내밀어 올렸어요.
가만히 쳐다보던 우리 할머니는 호호호 웃으셨어요.
“어머나, 강아지가 핑크색 투명 선글라스를 끼고 있구나~ 예쁘구나!”
할머니의 호응에 기분이 좋은지 여자아이는 함박웃음을 짓더니 ‘안녕~!’ 인사를 하고 할머니와 함께 떠났어요. 옷을 입은 강아지는 주위에서 늘 마주치지만, 분홍색 선글라스를 낀 진짜 강아지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하하.
오늘은 잔디운동장에서 노란색 공 하나를 발견했어요. 누가 두고 갔나 봐요. 할머니는 저에게 공을 차시고 저더러 손으로 만지지는 말고 발로 차 보라고 하셨어요. 할머니와 축구하며 한참 재미있게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손도 시리고 양볼도 차가웠거든요.
집안에 들어와서는 자석 벽돌을 가지고 방을 만들어 놀았어요. 공룡과 인형을 들여놓고 혼자서 재미있게 놀았지요. 놀다가 문득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고 생각났어요.
그래서 부드러운 엄마 이불을 침대방에서 가지고 나와 할머니와 함께 텐트놀이를 했어요. 그렇게라도 해야 엄마 생각을 안 하고 지낼 수 있거든요.
오후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여달라고 떼를 썼어요. 형이 보고 있으니까 저도 보고 싶어 졌거든요. 웬일로 엄마는 선뜻 영상을 켜서 형과 나란히 앉아서 보게 해 주셨어요. 진짜 기분이 좋았어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