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텅 빈 하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윤수예요. 우리 동네는 요즘 조경사 할아버지들이 장송을 가지치기해서 하늘풍경이 변하고 있어요. 하늘이 더 많이 보여서 좋기도 하고, 텅 빈 거 같아서 슬퍼지기도 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난 후 짜증을 부리며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던졌어요. 엄마는 저를 바짝 끌어당기고 마주 앉게 하시더니 제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잠시 침묵하셨어요.
보통 때의 엄마는 사라졌어요. 저는 뭔가 다른 기운을 감지했지요. 엄마는 화난다고 손에 든 무언가를 던지면 안 된다며 나직이 훈계하셨어요.
이런 엄마의 모습이 낯설어서 저는 으앙! 하고 울어버렸어요. 그러자 엄마는 저를 당겨 다정하게 안아주셨어요. 이제 제 슬픔은 봄눈 녹듯이 녹아버렸어요.
요즘 색칠놀이 재미에 빠진 형 옆에서 저도 같이 색 펜으로 이리저리 선을 그으며 놀았어요. 형은 제가 옆에서 방해가 된다며 저를 때렸어요. 저는 깜짝 놀랐지만 뭐라고 말은 못 하고 서러워서 크게 울어버렸어요.
형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 앞으로는 저 혼자 따로 놀아야 될 거 같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저는 형이 좋아서 졸졸 따라다니는데 말이지요. 잉잉.
형이 저를 때릴 때는 엄마나 아빠나 할머니 옆에 있으면 든든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어른이 현관으로 나가시거나 외출복을 입으시거나 외출할 기미가 보이면 가지 말라고 다리를 붙들거나 외투를 벗으라고 손짓을 해요.
오늘은 춥지만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외투를 입고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나무퍼즐도 하고 기차놀이도 하고 블록 쌓기도 하고 물장난도 하면서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