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작, 마음 읽기

인간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읽으며 소통하게 되었을까

by 김광영

우리는 언제부터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일까.


누군가는 타고난 감각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에서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답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아주 단순한 장면을 보여주고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인간이 언제부터 ‘마음을 읽기 시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샐리와 앤, 그리고 하나의 질문


이 실험은

샐리-앤 테스크(Sally–Anne Task)라고 불린다.


1985년, 심리학자 사이먼 바론-코헨,

앨런 레슬리, 우타 프리스가

아동의 인지 발달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실험이다.


아래와 같은 장면을 어린 아이들에게 연출해서 보여줬다.


샐리라는 인형은 바구니를 가지고 있고,

앤이라는 인형은 상자를 가지고 있다.


샐리는 구슬을 하나 꺼내

자신의 '바구니' 안에 넣어둔 뒤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앤이 등장한다.


앤은 바구니 안에 있던 구슬을 꺼내

자신의 '상자' 안으로 옮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를 떠난다.


잠시 후, 샐리가 돌아온다.


위와 같은 장면을 보여준 후

아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샐리가 돌아와서 구슬을 찾는 다면

'바구니'와 '상자' 중 어디서부터 구슬을 찾을까? ”

(독자분들도 대답해보기를 바란다)




사실이 아니라, 믿음을 기준으로


세 살 전후의 아이들은 대부분

“상자”라고 답한다.


구슬이 실제로 상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네 살 전후가 되면

답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바구니”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샐리는 구슬이 옮겨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바구니에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바로, 상대방 관점으로 사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사실이 아니라

상대가 믿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발달 과정 속에서 학습된다.


즉, 마음을 읽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더 나아질 수도 있는 능력인 것이다.




인류를 움직인 또 하나의 능력


이 능력은 개인의 기술을 넘어

인류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 진화의 중요한 3대 전환점으로 다음의 3가지를 뽑는다.


첫 번째가 이족보행이고,

두 번째가 언어의 사용,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마음 읽기 능력'이다.


우리는 보통 언어의 사용만을 가장 중요하게 떠올리지만,

서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언어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없다면

말은 전달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더 복잡한 이해


흥미로운 점은

이 능력이 인간에게서 훨씬 더 정교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물도 상대의 행동이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인간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2차 의도성, 3차 의도성이라고 설명한다.


2차 의도성은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하는 능력이고,


3차 의도성은

상대가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짐작하는 능력이다.


이처럼 인간은

서로의 생각을 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이어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4차, 5차, 그 이상의 고차원적 수준까지도

의도를 추론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대화는 이렇게 달라진다


이 능력은

우리의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상대가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대화가 짧게 끊기는 순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면

자기 말만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원래 하던 이야기의 흐름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사람은

그 순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상대의 상태를 먼저 떠올린다.


“오늘 좀 조용하신데, 괜찮으세요?”

“혹시 신경 쓰이는 일 있으셨어요?”


같은 상황이지만

출발점이 다르면

대화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하나는 자신의 흐름을 이어가는 대화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를 중심에 두는 대화다.




소통의 시작은 여기서 달라진다


결국 소통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전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디에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전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의 문제다.


3살이 아니라 4살보다 나이가 많다면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존재다.


다만 그 능력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할 때

이 질문 하나를 떠올려보자.


'나는 지금,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말의 방향을 바꾸고,

대화의 결과를 바꾼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소통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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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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