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내공이란 무엇일까

말을 잘하는데도 대화가 어긋나는 이유

by 김광영

소통은 왜 어긋나는가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요즘 일이 잘 안 풀린다는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민이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바로 답을 건넨다.


"문제의 본질은 이거 아니에요?"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문제의 원인을 짚고,

해결 방법까지 정리해준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들은 사람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고개는 끄덕이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는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 침묵이 조금 길어졌을 때,

다른 사람이 천천히 입을 연다.


“요즘 많이 힘들었겠다.”


그 한 문장 이후,

대화는 다시 이어지기 시작한다.




무엇이 달랐을까


우리는 보통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논리도 맞고,

도움이 되는 말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금 장면에서

대화를 '이어가게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문제는 말이 아니었다.

반응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소통을 잘못 배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통을 ‘말하기’로만 생각한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이 더 효과적인지,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그래서 말하는 능력을 키운다.


하지만 결과는 이상하다.


말을 잘하는데도

대화가 어딘가 어긋난다.


이유는 단순하다.


소통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다른 층위가 있기 때문이다.




소통에는 외공과 내공이 있다


'외공'은 겉으로 드러나는 실력이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능력,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

상황에 맞는 표현을 선택하는 능력.


그래서 눈에 잘 보인다.

그리고 비교적 빠르게 늘릴 수 있다.


반면, '내공'은 다르다.


내공은

대화 속에서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말을 하기 전,

이미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에서 드러난다.


상대의 표정이 바뀌는 순간,

말 끝에 걸린 미묘한 망설임,

대화의 흐름이 어긋나는 작은 신호.


내공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먼저 읽는다.




말보다 먼저, 흐름을 읽는다


앞선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고 정확했다.


하지만 그 빠름이

상대의 상태를 지나쳐버렸다.


반대로,

두 번째로 말을 꺼낸 사람은 달랐다.


조금 늦었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상대의 상태를 읽었다.


그래서 말이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의 방향이 달라졌다.


무협 영화를 보면

비슷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람들이 길을 서두르며 숲을 지나가고 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다른 사람들은 이유를 모른 채 계속 가려 하지만,

그는 주변을 천천히 살핀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먼저 느낀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사방에서 칼을 든 적들이 튀어나온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당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 흐름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움직였고,

결국 모두를 지켜낸다.


소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공이 있는 사람은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흐름의 변화를 먼저 느낀다.


보이지 않는 것,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먼저 감지하는 능력.


그 차이가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


내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


조금 더 늦게 반응해보고,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말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소통은 달라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표현력'이 좋으면

대화는 화려해 보인다.


논리도 맞고,

전달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상대의 표정이 바뀌는 순간,

말끝에 묻어 있는 망설임,

대화의 흐름이 어긋나는 신호들.

그것을 느끼지 못한 채

말만 이어가는 것이다.


반대로, '감지력'이 좋은 사람은 다르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보다

지금 말해도 되는지를 먼저 안다.


그래서 말이 과하지 않고,

그래서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결국 소통을 만드는 것은

표현력이 아니라 감지력이다.


표현력은 외공이고,

감지력은 내공이다.


그리고 좋은 소통은

항상 내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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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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