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살리는 1고수 2명창의 법칙
이런 경험 한 번 쯤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면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다.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반대로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다르다.
딱히 기분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불편하다.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이게 전달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튕겨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말을 잘 못해서 그런가?”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대화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특징은 단순하다.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을 ‘자기 기준’으로 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 생각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대화가 잠깐 멈추면
이 공백을 채워야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이든 꺼낸다.
이미 주제가 흘러갔는데도
아까 못 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다시 끌어온다.
겉으로 보면
대화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다.
흐름이 계속 끊긴다.
대화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탁구’를 떠올리는 것이다.
대화는 핑퐁이다.
상대가 공을 보내면
그 공을 받아서
다시 넘겨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계속 스매싱만 한다.
상대가 보낸 공을 받는 대신,
자기 방식으로 강하게 쳐버린다.
말을 길게 하거나,
주제를 바꾸거나,
자기 이야기로 덮어버린다.
그 공은 멋있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하나다.
상대는 그 공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상대는 더 이상 공을 치고 싶지 않아진다.
대화의 단절이다.
대화는 승부가 아니다.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자연스럽게
랠리를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징이 있다.
많이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잘 받아준다.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흐름에 맞춰 한 마디를 보탠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 다음은요?”
이 짧은 한마디가
이상하게 분위기를 살린다.
상대는 느낀다.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구나.”
그래서 더 말하고 싶어진다.
좋은 대화는
정보가 아니라 감정 반응으로 이어진다.
판소리에는 ‘1고수 2명창’이라는 말이 있다.
‘고수(북장단을 이끄는 조역)가 첫째이고
명창(소리꾼)이 그 다음’이라는 뜻으로
고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판소리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명창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소리를 살리는 사람은
옆에서 장단을 맞추는 고수다.
“얼쑤~!”
“좋다~!”
이 한마디가
소리의 흐름을 살리고,
명창의 힘을 끌어올린다.
대화도 똑같다.
좋은 대화를 만드는 사람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살려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리듬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얼마나 잘 말하느냐보다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이어주느냐가
대화를 질을 결정한다.
좋은 대화는 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받아주는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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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