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 vs 잘 말하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잘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by 김광영

말은 잘하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


회의를 들어가 보면,

유독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막힘이 없다.

논리가 정교하다.

준비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발표로 보면 완벽하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말한다.


“와, 말 진짜 잘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그 사람이 말을 끝내고 나면

회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결정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정보는 전달됐는데,

대화는 시작되지 않는다.




말이 유려하지 않아도, 결과를 만드는 사람


반대로 이런 사람도 있다.


말이 그렇게 유려하지는 않다.

중간에 멈칫하기도 하고,

표현이 매끄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반응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 결론이 만들어진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 차이를

'말 잘한다'와 '잘 말한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전달을 잘하는 사람이다.


준비된 내용을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빠짐없이 말한다.

그래서 이들의 말은

프레젠테이션에 강하다.


반면,

잘 말하는 사람은

대화 전체를 잘 설계하는 사람이다.


자기 말을 하기보다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고,

흐름을 만들고,

결론까지 도달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들의 말은

대화에서 힘을 가진다.




출발점이 다르면, 말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단순히 말솜씨의 문제가 아니다.


출발점이 다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의 출발점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내용과 논리가 먼저 들어 있다.


잘 말하는 사람의 출발점은

상대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다.

그래서 머릿속에는

사람과 상황이 먼저 들어 있다.


여기서부터

완전히 다른 말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왜 자꾸 ‘내 이야기’를 하게 될까


사람은 원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내 생각을 말하고 싶고,

내 경험을 꺼내고 싶고,

내가 옳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


이건 단순한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뇌의 ‘쾌락 중추’가 활성화된다.


초콜릿을 먹거나

보상을 받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심지어 상대가 듣고 있지 않은 상황,

혼잣말을 할 때조차도

비슷한 쾌감 반응이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도 쉽게

프레젠테이션 모드로 들어간다.


내가 말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대화는 끊긴다.




잘 말하는 사람은 ‘대화의 방향’을 읽는다


잘 말하는 사람은

내 이야기만 너무 하게 되는 순간 멈춘다.

그리고 방향을 바꾼다.


내가 무엇을 말할지보다,

상대가 무엇을 말하게 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이 먼저 나오고,

반응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말을 바꾼다.


이렇게 말의 방향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진다.




정보가 아니라, 변화를 남기는 말


말을 잘하는 사람의 말은

정보를 남긴다.


잘 말하는 사람의 말은

변화를 만든다.


그래서 잘 말하는 것은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이 필요한 일이다.


바로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늦추는 선택.

바로 판단하고 싶은 습관을 멈추는 선택.

그리고

상대를 중심에 두는 선택.




대화는 ‘설명’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잘 말하는 사람은

많이 말하지 않는다.


대신,

대화가 이어지게 말한다.


잘 말하는 사람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스스로 말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화려하지 않아도 강하다.




나는 강의를 이렇게 바꿨다


나는 강의를 한다.


강의는 흔히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준비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래서 한때는

나 역시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강의는

혼자 잘 떠드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기준을 바꿨다.


말을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잘 말하려고 한다.


설명을 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반응을 먼저 보고,

흐름을 만들어 간다.


그렇게 접근하면

강의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다.

교육생분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 된다.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강의의 결과도 달라진다.


말은 혼자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당신은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잘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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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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