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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다잉 플래너 Jul 17. 2022

웰다잉 플래너

응 괜찮아, 어차피 다 죽으니까 #7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모두 춘천에서 마쳤습니다. 학창 시절, 제가 태어난 지역과 비슷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점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저의 이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장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춘천 하면 맛있는 음식 닭갈비와 막국수가 떠오르시지요? 게다가 닭갈비집 아들이기에 사람들이 저의 이름을 더 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방송부원으로 활동을 하며 PD의 꿈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수능성적이 부족하여 관련 학과를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성적에 맞추어 경제무역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경제무역학과에 입학해서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운동권 선배들의 뒤꽁무니를 뭣도 모르고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배낭여행을 다니던 중 우연히 가평 꽃동네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수능을 다시 응시하여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또 한켠으로는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은 죽음을 앞둔 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죽음준비교육을 공부하며 웰다잉 강사를 꿈꾸었습니다. 그렇게 PD를 꿈꾸던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에서 다시 웰다잉 강사가 되었습니다. 20년 너머의 삶을 되돌아보니 인생은 과연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저는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행복한 죽음을 돕는 웰다잉 플래너라는 직업입니다. 다소 거창한 이름이긴 하지만, 죽음에 대해 공부하며, 사람들과 함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이 죽음을 통해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끝에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전국의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복지기관, 도서관을 다니며 어르신들과 죽음에 관심 있는 분들을 만나 뵙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겁고, 사람들 조차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죽음을 통해 삶을 잘 살아야겠다라는 소감과 함께 강연을 통하여 당신과 주위 사람들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저의 꿈은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죽음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성행 중인 Death Cafe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한 켠에서는 죽음, 존엄사, 호스피스, 애도, 사별, 자살, 고독사, 철학, 예술, 문학 등 죽음과 관련된 책들을 추천해주는 코너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 다른 코너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분들을 위한 상담 코너도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한 켠에서는 차를 마시며 웰다잉 체크리스트, 버킷 리스트, 사전장례의향서, 유언장 작성, 입관 체험, 나의 삶 되돌아보기 등 등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죽음과 관련된 일들을 하시는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강연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또 너무 가볍지 않게 조금은 캐츄얼하고 재미 있는 그런 문화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입니다. 그 꿈이 과연 이루어질지는 다시 스무해가 지난 다음에 알 수 있을까요? 마치 PD의 꿈을 꾸었던 고등학생 시절의 저처럼 말입니다.


네. 아름다웠던 곳에서 태어났고, 좋아하고 의미있던 일들을 쫓아다녔으며, 지금은 사람들의 행복한 죽음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래서 

누구나 인간다운 삶과 죽음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저의 이름은 웰다잉 플래너 ‘강원남’입니다.


덧+

7월 글쓰기 모임 과제가 '자기 소개서' 라서 작성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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