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를 방어하는 방법

by 명희

일일 연속극을 보다 깜짝 놀랐다. 며느리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어린 딸이 건네는 귤을 한 점 먹으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서 "너는 집에 왔으면 걷어 놓은 빨래나 좀 개지 한가하게 귤이나 먹고 있냐?"라고 했다. 며느리 옆에는 시동생과 손 아래 시누이도 있었고 그들은 며느리가 들어오기 전부터 귤을 먹으며 떠들고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그들에게 빨래 개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며느리가 "어머니, 저 지금 방금 퇴근해서 막 귤 한 점 먹으려고 했어요."라고 했으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사과하지 않고 시동생에게 “너도 영희(며느리 이름)처럼 당당히 네 속에 있는 말을 해라."라고 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가 왠지 불편하고 당황스럽다. 일일 연속극은 많은 사람 특히 많은 여성이 보는 걸로 아는데 아직도 며느리는 직장에 나가 일을 해도 집에 오자마자 빨래를 개라고 나무라는 시어머니를 보여주는 건 이런 착취가 당연하다는 걸 세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이 시어머니는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게 당연하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배려를 고마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에게 정성을 쏟고 그들의 감정을 헤아린다. 그러나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를 오래 연구하고 치료한 라마니 박사(Dr. Ramani)는 나르시시스트는 성격장애이기 때문에 성격이 바뀌길 기대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잘하면 언젠가 내가 힘든 걸 알고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라는 기대를 하면 실망한단다. 그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남이면 만나지 않는 게 좋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마치 간접흡연처럼 마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면 관계를 완전히 끊기 힘들어서 다음 12가지 태도를 취해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1) 자신의 진실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가스 라이팅을 당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보다 똑똑하거나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가 아는 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뒤로 물러서서 그를 경계해야 한다.


2) 카리스마와 매력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가치 있고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들이 규칙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강한 향수 같은 존재다. 향수를 너무 많이 바르는 사람은 샤워를 잘하지 않아서 냄새를 숨기고 싶은 사람일 수 있다. 과대 포장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그들의 말에 더 주의해야 한다.


3) 교육을 많이 받고 똑똑하다는 게 미덕은 아니다. 친절과 연민이 도덕적으로 바르고 아름다운 일이다.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이지만 매우 불친절하고 무자비하고 매정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단지 똑똑하다고 해서 의심스러운 행동이나 언행을 덮어주지 말아야 한다.


4) 성공하고 부자인 사람에게 압도당하면 안 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 뭔가 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원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운이 좋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위험한 건 그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서 우리에게 가스 라이팅 하기 쉽게 만든다는 거다. 부자든 가난하든 그들의 언행과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5)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봐야 한다. 이것은 까다로울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능수능란하게 두 얼굴을 가질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모습과 사적인 자리에서 모습이 매우 다르다. 나르시시스트의 실체는 그들이 자신보다 권력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직원이 주문을 잘못 가져왔거나 실수를 했을 때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봐야 한다. 험담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당신의 험담도 할 수 있다.


6) 나르시시스트의 징표를 알아야 한다. 징표라는 건 그들의 작은 행동을 말한다. 그들이 불만이 있거나 실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아는 거다. 나르시시스트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매력적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분노를 폭발하며 경멸을 드러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해서 그랬을 거라는 핑계를 만들어주지 말아야 한다.


7) 경계를 구축하는 걸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못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원하다고 해서 불편한 걸 괜찮다고 말하면 안 된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9개를 가졌으면서도 당신이 갖고 있는 한 개마저 가져갈 거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취약한 사람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잘하지 못하는 건 경계를 구축하는 거다. 경계를 구축하면 나르시시스트가 화를 내겠지만 그들의 불편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그들의 목적을 위해 당신이 양보하게 만들 거다.


8) 방조자(enabler)와 멀리해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 문제는 방조자다. 방조자는 나르시시스트가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부풀린 페르소나, 과장된 권리, 학대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조력한다. 방조자는 부모, 형제, 자녀부터 친구, 동료, 소셜 네트워크 구성원까지 나르시시스트 주변에 있다. 그들은 나르시시스트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의심, 두려움, 권력에 대한 욕망까지 다양한 이유로 조력자가 된다. 당신은 나르시시스트를 밀어낼 수 있지만 방조자는 다른 독성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방조자는 계속 당신을 가스 라이팅 하고 추측할 거다. 방조자 자체가 유해한 건 아니지만 나르시시스트의 존재를 부정해서 유해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대 간 패턴이 전달되고 지속된다.


9) 두 번째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다시 기회를 주는 게 나르시시스트에게 힘을 주는 행위다. 방조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할 거다. 그리고 단칼에 관계를 끊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그러나 누군가 당신에게 가스 라이팅을 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 당신을 업신여기고 멸시하고 몹시 화를 내고 나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랬다"는 변명을 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경계를 해야 한다는 건 이런 행동이 페턴인지 인지하는 거다. 그런 행동이 이유가 있어서 그럴 거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한 번의 기회가 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고, 나르시시스트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심리적 학대로 평생 시달릴 수 있다.


10)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 같은데 나르시시스트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그들은 마치 공격적인 잡초 같아서 좋은 식물을 질식시킨다. 나르시시스트인 사람이나 사람들은 당신의 모든 시간을 요구하고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질투한다. 그들은 당신을 고립시켜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한다. 건강한 사람은 당신을 인정해주고 지지하며 가스 라이팅을 하지 않는다. 당신이 꿈을 추구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건강한 사람은 공감을 하고 연민을 느끼며 친절하고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리고 당신도 그들에게 그렇게 해 준다. 만약 당신에게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나르시시스트 해독제가 있는 거다.


11) 왁자지껄한 모임보다 조용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고 관계를 끊는다는 건 고독한 길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너무 비판적이고 까다롭거나 어려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궁극적으로 당신에게 좋다. 설사 나르시시스트를 어떻게 방어하는 줄 안다고 해도 그들과 같이 있는 건 마치 흡연실에 앉아있는 것과 같다. 나르시시스트와 그냥 어울리지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는 사람들은 방조자일 가능성이 높다. 경계하지 않고 흐름을 따라가다간 평생 나르시시스트에게 휘둘려 자신을 잃을 수 있다. 가족이 나르시시스트인 경우 결혼이나 명절 등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면 간다한 인사 정도만 나누고 긴 이야기를 안 하는 게 좋다.


라마니 박사는 11가지 주의사항 중 몇 개만 지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나르시시스트가 우리 인생에 들어오려고 하면 그 문을 차단하거나 검열을 강화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공간에 건강한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때로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할까? 바로 삶의 의미와 목적을 갖는 거다. 삶의 의미와 목적이 있다면 정말 힘들고 극심한 나르시시스트 관계에 놓여 있더라도 삶이 좀 나을 수 있다고 한다. 직업, 자녀 돌보기, 봉사활동, 취미 생활, 종교 활동 등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통해서 삶의 목적을 이뤄간다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 이때 주의할 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나르시시스트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십중팔구 당신의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딴지를 걸 거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연속극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를 보면 확실히 옛날보다 좋아졌다. 전원일기를 비롯하여 옛날에 방영한 연속극을 다시 보니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며느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빨래를 갰을 거다. 그리고 속앓이를 하다가 늦게라도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마음을 알아주면 며느리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렇지 않으면 남들도 다 그렇게 참고 산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영희는 '자신의 진실을 알고' 곧바로 시어머니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 잡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게 정상이다. 성인이 된 자식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말할 때도 남에게 하는 만큼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영희야, 일 갔다 와서 피곤하지? 미안한데 귤 먹고 빨래 개는 것 좀 도와주겠니?" 시동생과 손아래 시누이에게도 "얘들아, 너희도 형수 새언니 도와서 빨래 좀 개줄 수 있겠니?"라고 말하면 좋았을 거다. 가족이든 회사든 나라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 하에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약자를 침묵시키고 강요된 기강은 흔들릴 수 있다. 내 생각에는 나르시시스트가 안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행동 규범만 잘 지켜도 될 것 같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멀리하여 정신적 학대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다.




<참고자료>

https://youtu.be/8EqSlSPHjR0

https://narcissistfamilyfiles.com/2018/09/10/enabling-the-narcissist-how-and-why-it-happ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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