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르시시스트인가?

by 명희

나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하다. 왜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가 무섭고 힘들었을까?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혹은 이용을 당하는 걸까? 사람의 성격은 바뀔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궁금할 때 가끔 심리학자가 올린 강의를 듣는데 며칠 전에 AI가 골라준 라마니 박사(Dr. Ramani Durvasula, 성이 '둘바술라'인데 인터넷에선 '닥터 라마니'라고 한다.)의 ‘나르시시즘’ 동영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녀는 스타 임상 심리학자였다. 유튜브에 팔로워가 120만 명이나 되고 책도 여러 권 썼고, 심리상담소도 운영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교수다. 한 시간이 넘는 동영상이었지만 워낙 말을 유창하게 하고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몇몇 사람이 떠올랐고 나도 살짝 나르시시스트가 아닌가 의심이 됐다. 여기에 라마니가 말한 '나르시시스트'의 다섯 가지 유형과 일곱 가지 증상을 정리했다. 라미니 박사는 자아도취증(narcissisim)은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와 다르다고 했다. 전자는 성격 특성이고 후자는 그런 성격 특성으로 인해 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 진단을 내린 병명이다. 다시 말해서 자아도취증이 있는 사람은 흔히 '진상'이거나 행동이 가관인 사람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못 느끼면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에 '자기애적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받지 않을 거다. 미국의 경우 약 0.5%가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졌고 75%가 남자라고 한다. 또한, 이런 성격장애는 우울증/불안, 섭식 장애, 조울증,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과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과 함께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면 나르시시스트의 다섯 가지 유형에 대해 요약하겠다.


첫째, 악성 독성 나르시시스트(Malignant Toxic Narcissist). 최고 경영자나 정치인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단다. 카리스마가 있고 매력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일을 잘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다른 사람을 착취하고 조종하고 너그럽지 못하다.

둘째, 과장된 나르시시스트(Grandiose Narcissist).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 유형이다. 자신이 특별하기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소유를 떠벌리고 자랑한다.

셋째, 은밀한 나르시시스트(Covert Narcissist). 자신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이 자신의 능력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분개하고 우울하여 실제로 우울증으로 진단받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비판에 매우 민감하며 힘들 때 도움을 줘도 딱히 고마워하지 않는다.

넷째, 공동사회 나르시시스트(Communal Narcissist). 이 유형은 사회에서 검증받고 인정받기 위해 모든 걸 다한다. 재난이나 기금 모금 등 좋은 일을 하지만 방송하고 인증 사진 찍고 해시태그 남기는 걸 잊지 않는다. 놀랍게도 밖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이나 직원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다섯째, 양성 나르시시스트(Benign Narcissist). 이들은 십 대 같다. 피상적인 가치에 관심이 많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수를 늘리는데 몇 시간씩 소모하며 파티를 좋아하고, 여럿이 여행을 간다면 재미있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감정적으로 위로할 줄 모른다. 의도적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감정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유형의 나르시시스트는 다음에 소개할 7가지 징후가 있을 수 있고, 7가지 징후 중 5개가 있으면 '나르시시스트'라고 했다.


첫째, 공감이 부족하다.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공감하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남이 힘든 이야기를 하면 한번 들어주는 척 하지만 곧바로 핸드폰을 본다든지 자신의 이야기로 돌려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특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최고의 직업, 가장 많은 돈, 가장 좋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못하면 남 탓을 한다. 남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하고 법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치기를 한다든지 대 놓고 다른 사람을 기분 상하게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셋째, 과장하거나 떠벌린다. 자신감이 도를 넘어서 자신의 성취를 과장하여 말하거나 아무도 자신을 막지 못하고 남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모른다.

넷째, 피상적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한다. 지위, 자동차, 명품, 외모와 같은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외모에 대해 비판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겐 주저하지 않고 등 뒤에서 비판하지만 사회적 이슈나 중요한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피상적인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화려함, 품위, 세련됨을 평가한다.

다섯째, 만성적으로 칭찬을 추구한다. 누구나 건설적이고 건전한 검증은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검증받으면 그런 감정과 생각이 받아들여진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어릴 때는 좋은 습관과 행동이 칭찬이라는 타인의 검증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검증에만 의존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주는 피드백이 건전하고 건설적인지 구별할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승인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즈음 소셜 미디어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24시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인정에 의존하는 만성적 검증 추구라고 한다.

여섯째,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를 화나게 만드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은 그들을 거부하는 거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다. 만약 사귀다가 헤어진다고 하면 초기에 가졌던 매력을 발동할 수 있지만 반응이 없으면 분노하고 폭력적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며 좌절감을 참을 수 없다.

일곱 번째, 오만하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낫고 특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속물근성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평가절하하고 멸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나르시시스트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길 원한다. 교활한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사람들끼리 화를 내게 만든다.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해서 갈등을 조장하면 상황을 통제하기가 좋아서 주변 모든 사람들이 서로 대립되는 걸 좋아한다. 이를 위해 거짓말이나 투사를 한다. 자신이 한 일을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려서 가스 라이팅도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다른 사람의 규칙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착취한다. 다른 사람의 공간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을 다른 사람의 일부로 보며 자기 필요에 따라 사람을 이용한다.


간단히 말해 나르시시스트는 겸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이 늘 그런 건 아니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심지어 친근하고 호감이 갈 수도 있다니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나 나르시시스트에게 휘말릴 수 있다. 결국 나르시시스트가 자기를 과대 포장하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칭찬을 갈구하고 다른 사람의 비판을 참을 수 없고 조금이라도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면 민감한 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의연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자신감이 과하면 나르시시스트 증상 중 하나라고 하니 중용이 필요하다. 비록 진단된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많지 않지만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는 사람은 인구의 30% 정도라고 했다. 늘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누구나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자료

https://www.therecoveryvillage.com/mental-health/narcissistic-personality-disorder/npd-statistics/

https://youtu.be/V87G95bGTTk

https://www.getyourselfoptimized.com/the-narcissists-are-among-you-with-dr-ramani-durvas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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