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손자를 만나러 가다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아침을 들고 남편에게 딸을 보러 가자고 했더니 너무 피곤하다고 했다. 이해한다. 일요일 하루 온전히 쉬는데 최근에 거북목 증상이 심해져서 재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러니 한 시간 반 이상 운전해서 딸네 집에 가는 게 힘들 거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며 전철을 타고 딸네 집에 가기로 했다. 마침 이번 주말엔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사위가 프로젝트 때문에 집에 올 수 없다고 해서 딸이 혼자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내가 하루라도 젊고 건강할 때 손자와 더 놀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에 수업을 마치고 딸과 저녁식사를 했지만 일요일에 또 가기로 한 거다.
전철을 타고 앱으로 도착 예정 시간을 알아보니 2시간이 조금 안 됐다. 그러나 환승과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더하면 2시간 20분은 걸릴 거다. 다행히 전철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학생들 과제도 점검했다. 환승 시간도 평소보다 짧았다. 몇 가지 일을 마치니 벌써 내릴 역이 방송됐다. 딸에게 줄 고깃국이 든 가방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지하철 출구를 나왔다. 전철역에서 딸네까지는 중간에 신호등이 하나 있어서 약 10분이 걸린다. 운 좋게 신호등에 도착하자마자 초록불로 바뀌었다. 딸네 집을 호출하니 문이 열렸다. 신호등에서 기다리지 않은 덕분에 4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27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딸과 손자 모습이 보였다.
딸이 한국에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제 와서 생각하니 딸이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온 게 다행이다. 처음에는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지 않고 한국에 온 게 못마땅했다. 미국에서 공부했으면 미국에서 일해야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무슨 귀양이라도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사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위 때문에 딸이 한국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우리 때문에 온 거라고 했다. 누구 때문이든 지금 딸이 한국에 있어서 좋다. 가족은 가까이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야 자주 보고 정도 쌓인다.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이 애틋하긴 하지만 가까이 사는 것보다 낫지 않다. 나이가 드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즈음 제일 부러운 사람은 자식들과 가까이 사는 사람이다. 자주 보지 않아도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엔 딸이 한국에 살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이젠 좀 더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욕심이란 게 이렇다. 지금은 서로가 직장 때문에 할 수 없지만 3년 후에 남편이 다시 한번 퇴직하면 우리가 딸 가까이 갈 수도 있다.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을수록 아들도 몇 년이라도 한국에 와서 살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우리가 미국에 돌아가 살려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 움직이는 게 힘들다. 여행하는 것조차 전보다 더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런 마음이 들어선 안 된다고 두려운 마음을 쫓아낸다. 한국에서 너무 편하게 살아서 게을러진 느낌이다.
딸과 함께 가까운 아웃렛 몰에 갔다. 그곳에는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자동차가 있는데 전에 현금을 갖고 가지 않아 손자를 태워주지 못한 게 아쉬워서 이번에는 500짜리 동전을 잔뜩 챙겨갔다. 점심을 먹고 자동차를 타러 갔다. 다른 아기들도 다 그럴 텐데 손자가 운전하듯이 자동차 핸들을 돌리는 게 신기했다. 지하에 있던 3대의 자동차를 다 타보고 옥상에 있는 빵 가게에 갔다. 그곳에는 아이들 놀이터와 회전목마가 있었다. 몇 개월 전까지 잘 걷지 못해 편했는데 이젠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녀서 잡으러 가기 힘들었다. 회전목마를 태워주니 한 손은 내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론 기둥을 잡았다. 목마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작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손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꼭 껴안고 머리에 뽀뽀를 했다. 손자는 늘 그렇듯이 더 해달라고 머리를 계속 내 입 쪽으로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