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내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말도 많아서... 그런데 얼마 전에 재미 삼아 성격 테스트를 해보니 INFJ 즉 내성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판단적이란다. 다시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 먼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넬 정도로 스스럼없기는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사람을 만나고 오면 지친다. 그래서 꼭 몇 시간 동안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혼자서 노는 게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편도 함께 무엇을 하기보다 그냥 같은 공간에만 있으면 된다.
나무위키에 올라온 INFJ 설명이 거의 나란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그중 몇 가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INFJ는 “거짓말을 몹시 싫어하기에 … 신뢰가 전부이기에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1) 내가 그렇다. 누구나 거짓말을 싫어하고 신뢰가 중요할 거다. 그러니 이건 INFJ에게만 국한된 성향은 아니겠지만 내 경우 어떤 사람이 내게 솔직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에게 아무리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랬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 그렇게 한 번 어긋난 관계는 그 후 아무리 좋은 말과 행동을 보여줘도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남이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고 가족이면 “겉으로는 용서한 척할 수 있으나 쉽게 잊지 않고...”1) 예의를 갖춰 대하지만 만나서 반갑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건 좋은 성격이 아니다. 남이 거짓말하는 걸 싫어하면서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방이 오해해서 계속 연락할 수 있다. 그러면 답장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나 신뢰를 잃은 사람이 가족일 경우 용서하지 않으면 나만 괴롭다. 신뢰를 거스르는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머리로 이해하는 걸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 체질인데 마음도 그런가 보다. 이럴 때 항상 되뇐다. '어차피 이삼십 년 후면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을 거면서 영원히 살 것처럼 고집을 부리는 건 시간 낭비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을 한다.
기도. 좋은 마음이 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화가 나 있다면 마음이 쉬 풀리지 않는다. 솔직히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이 잘못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가 무섭다. 나쁜 마음을 털어낸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못된 심보가 부메랑이 되어 나를 칠 것만 같다. 그래서 말만이라도 착한 마음이 들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한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걸 누리고 산다. 내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건은 나를 흔들 만큼 큰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니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티브이 앞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들으며 부러워하거나 불행을 들으며 위로할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2) 그러니 설사 내가 INFJ의 성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내 마음을 돌본다면 내게 거짓말 한 사람을 좀 더 빨리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말처럼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로 썼으니 전보다 조금은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참고자료
2)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서울: 을유 문화사, 2016, p.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