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 기르기
나이 들어 가장 걱정되는 건 기억력이 떨어지는 거다. 비슷한 연배 모임에 가면 늘 누군가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운을 뗀다. 그러면 "나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 저도 그래요..."라며 기억력 감퇴로 발생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웃는다. 그러나 뭔가 씁쓸하고 석연치 않다. 정말 우리 뇌는 그냥 그렇게 늙어서 어쩔 수 없는 걸까? 내 경우 어릴 때 잘 이해하지 못했던 수학이나 과학 이론을 재미 삼아 유튜브를 통해 반복 학습해 보니 어릴 때보다 머리에 더 잘 들어왔다. 이건 착각일까? 기억력과 관계된 몇몇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니 뇌 건강도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 활동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지능 지수(IQ)다. 1984년 재임스 프린 박사(Dr. James Flynn)는 수십 년에 걸쳐 기록된 수십 개 국가의 수백만 IQ 점수를 평가한 결과 사람이 점점 똑똑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위 플린 효과(Flynn effect)는 1930년 이후부터 IQ 점수가 10년마다 약 4점씩 증가한다고 했다. 똑똑한 유전자가 나타났나? 아니다. 그냥 더 잘 먹고 의술이 좋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제대로 교육을 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2004년 노르웨이 연구원들은 "플린 효과"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IQ 점수는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약간 떨어졌다. 이유를 찾고 있지만 확실치 않다. 우리가 늘 쓰는 화장품에 에 첨가한 화학 물질이 호르몬 균형을 방해하여 뇌 발달에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있고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IQ 점수가 떨어졌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500명의 학생을 3그룹으로 나눠서 지능 검사를 했는데 스마트폰을 수거한 팀의 성적이 가장 좋았으며 스마트폰을 끈 팀은 2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한 팀은 꼴찌였다. 주목할 점은 2위가 1위에 비해 훨씬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는 거다. 스마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텍사스 대학교의 에이드리언 워드(Adrian Ward) 교수도 유사한 결론을 얻었다.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놓은 팀이 스마트폰을 가방 안에 넣어둔 팀보다 성적이 좋았으며,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둔 팀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스마트폰이 시야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감소하는 걸 시사한다고 했다. 하긴 핸드폰을 보면 자동적으로 화면을 켜고 궁금한 게 있으면 곧바로 구글링을 해서 예전처럼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진 느낌이다. 좋지 않은 습관이다.
습관의 중요함은 누구나 몸소 경험했을 거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뇌의 구조를 재구성하고 변경한단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의 라라 보이드(Dr. Lara Boyd) 박사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우리 뇌를 변화시킨다고 했다. 이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하는데 우리 뇌는 "내적 또는 외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신경조직이 구조, 기능 또는 연결을 재구성하여 활동을 변경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마치 손을 잃은 화가가 부단한 연습을 통해 발로 그림을 그릴 수 있듯이 우리 뇌도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따라 재구성된다. 다만 뇌신경의 가소성은 양면적이다. 도전되는 과제를 꾸준히 연습하면 학습에 익숙한 뇌가 되지만 연습을 하지 않아 할 수 있던 걸 못하게 되거나 마약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면 뇌구조가 그런 습관에 익숙한 뇌로 변한다.
그러니 건강한 뇌를 유지하려면 자기 습관을 점검하고 어떤 행동이 뇌활동에 이익이 되는지 알아야 한다. 내 경우는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고 글을 쓰며 뇌 운동을 한다. 그런데 확실히 쓰는 활동이 시간도 걸리고 에너지 소모도 많아서 힘들다. 그러나 책이나 동영상을 그냥 읽거나 보기만 하면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꼭 손으로 쓰던지 외워야 나중에 기억이 더 난다. 2021년 동경대학에서 발표한 연구를 보니 일본 대학생도 핸드폰이나 태블릿에 글을 쓸 때보다 종이에 글을 썼을 때 두뇌활동도 더 활발하고 한 시간 후 정보 기억 테스트도 더 잘했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좋은 문장이나 외우고 싶은 시가 있으면 꼭 종이에 써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화학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은 버려야 한다. 내 경우 티브이나 동영상 보는 시간을 줄이고 조용한 환경에서 집중해서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을 늘려야 할 거다. 또, 몰아서 일을 하다 잠을 설치는 습관을 고쳐야 할 거다. 이렇게 꾸준히 좋은 습관을 연습하면 내가 원하는 기억력을 가진 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s://news.utexas.edu/2017/06/26/the-mere-presence-of-your-smartphone-reduces-brain-power/
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full/10.1086/691462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1/03/2103190808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