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나를 만났다

by 명희

USB에 있는 사진을 정리하다 16년 전에 쓴 일기를 발견해서 읽어보았다. 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그때 마음이 떠오르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편집해서 이곳에 올려본다. 만 47세. 벌써 나이 듦을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내가 보기엔 얼마나 젊은 시절인가!


2007년 1월 25일 목요일.

새해가 되어 처음 쓰는 일기다. 누군가 그랬다. "해는 바뀌는데 마음은 몸처럼 솔직하지 못하다." 내 마음도 그렇다. 몸은 50을 바라보고 생리학적 변화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어나는데 난 "젊어 보인다"는 말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안다. 눈에 띄는 얼굴과 머리카락은 말할 것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포가 나이 들어가는 걸. 이 모든 변화는 “젊어 보인다”는 말이 얼마나 젊다는 말과 틀린 것인지 확연히 증명한다. 눈가의 주름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열심히 크림도 바르고 마사지도 했는데 이제는 얼굴 전체가 탄력을 잃어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펴지지 않는다. 아직은 검은 머리가 흰머리를 살짝 덮고 있지만 실체를 드러내는 건 시간문제다. 생리기간이 짧아져서 편하다고 좋아했는데 어쩐지 뼈가 아픈 것 같아 걱정이다. 신체는 마음보다 빨리 갱년기의 서막을 연다. 이럴 땐 무언가 속에서 무너지는 느낌이다. 결코 늙지 않을 거란 믿음이 망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말로만 생로병사를 인정했지 마음은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점점 나이가 들 거고 언젠가 죽을 거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눈물이 난다. 내가 떠나는 게 슬프다. 더구나 어떤 젊은 가수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고 더 우울해졌다. 그녀는 왜 죽었을까? 나는 왜 사나?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시작한 공부를 마쳐야 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가르치고... 대학생 가르칠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언젠간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자... 그러나 나중에 떠날 시간이 되면 자다가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려고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운세라는 창이 있어서 눌러봤다. 궁합부터 별자리까지 마치 푸드코트에 파는 다양한 음식처럼 동서양 점술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어디 한 번 해볼까? 입력창에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를 넣어야 했다. 내가 몇 시에 태어났는지를 몰라서 이름과 생년월일만 넣었더니 시도 넣으라는 경고창이 떴다. 아침이라고 들어서 오전 10시라고 넣었다. 그랬더니 만원을 입금시키고 주민등록번호도를 요구했다. 둘 다 없어서 더 이상 내 운세를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무료운세 사이트가 있어서 십장생운세라는 걸 해봤다.


성격 - 소나무의 특징은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자라난다는 것이죠...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쓰임의 특징을 소나무를 상징으로 가진 사람들이 물려받았답니다... 어딜 가든 우두머리인 경우가 많으며 리더십이 있지만 독립적이라 우두머리는 하되 동료로서는 어딘가 좀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남들보다 앞서가는 감각을 지녔습니다. 또한 보기보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녀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사람과의 사이에서 상처받는 일도 잦아요. 예술이나 문학 쪽에 관심이 많으며 재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방면의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고 아예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많아요.
금전운 - 직접적으로 돈을 잡기 위해서 뛰어다니면 잡히지 않아요.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다 보면 돈은 절로 따라온답니다. 돈에 눈이 어두워서 명예나 신뢰를 버리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죠. "돈은 돌고 도는 거야. 내가 써야 다른 사람이 벌고 그러면 그 사람이 또 쓰고 그러다 보면 다시 내게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는 소나무. 이런 사람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쩜 당연해 보이죠?


성격은 비슷한 것 같고 돈도 풍족하다니 듣기 좋은데 지금은 그렇게 넉넉한 것 같지 않으니 앞으로 그렇다는 걸까? 아무튼 모두 좋은 말 같아서 기분은 좋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성격과 금전운을 가졌을까? 적어도 세상 사람의 1/4은 그럴 거다. 결국 비슷한 운세를 가진 사람들이 복닥거리면서 사는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문제, 돈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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