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by 명희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은 자신의 허물은 못 보거나 못 본 척하는 것 같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못느냐?"라는 성경구절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사돈 남 말한다"라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요즈음엔 "내로남불" 이란 신조어가 자주 쓰이는 걸로 봐서 사람은 남의 잘못은 가차 없이 정죄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남편이 쓰레기 분리 잘하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면서 내가 제대로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계획한 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다그치면서도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획을 지키지 않았고, 타인이 식당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내가 즐거움에 취해 그렇게 하면 별 일 아닌 것처럼 넘겼다. 이게 위선일까?


다음 전자 사전을 보니 '위선'을 '겉으로만 착한 체를 하거나 거짓으로 꾸밈'으로 되어 있고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종교 생활이나 신념과 관련하여 실제 성격이나 성향을 가장하여 미덕이나 선함을 거짓으로 가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니 앞서 말한 나의 행동이 위선이 맞는 것 같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때 나는 마치 모든 일을 잘하는 것처럼 큰소리치지 않았나? 그러나 그건 엄밀히 말해 거짓이었다. 그런데 왠지 '내로남불'이라고 할 때보다 '위선'이라고 하니 뭔가 더 나쁜 행동을 한 느낌이다. 아마도 그 의미 안에 바로 '거짓'이 포함되어서 그럴 거다. 그러나 한 연구에서 위선이 거짓말하는 것보다 더 나쁘게 인식되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일 대학교 연구자들은 온라인으로 619명의 참가자에게 도덕적 범법에 연루된 4가지 시나리오를 읽게 했다. 경기력 향상 약물을 사용하는 트랙 팀원, 집에 가져가는 화학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 팀 프로젝트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 직원, 외도를 한 등산 동호회 회원. 연구자는 '대상 인물'(나중에 평가할 대상)이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해 책망을 하는지 아닌지, 시나리오가 대상 인물 자신의 도덕적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지 아닌지 상황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참자가에게 대상 인물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호감이 가는지, 범법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대상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없을 때 규탄을 도덕적 행동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욱이 나쁜 행동을 규탄하는 것이 그 행동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보다 평판을 더 좋게 만들었다.


바로 규탄의 이런 힘 때문에 사람들은 위선자를 거짓말쟁이보다 더 싫어했다. 거짓말한 사람은 자신의 범법 행위를 속이긴 했지만 비슷한 범법을 저지른 다른 사람을 규탄하지 않아서 거짓말쟁이가 도덕적인 사람일 거라고 오해하진 않았다. 그러나 위선자는 범법 행위를 하고도 그 행위를 규탄함으로써 그가 도덕적인 사람일 거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러면 '솔직한 위선자'는 어떨까? 자신의 위선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입을 다문 사람보다 더 나쁘게 여겨지진 않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시 범법을 저지르면 안 됐다.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규탄하고 뒤돌아서서 다시 중대한 범법을 저지르면 '솔직한 위선자'도 용서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위선자의 재범을 용서하지 않았다.


한편 위선을 판단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위선에 대해 훨씬 관대했다. 302명의 참가자에게 자신과 타인의 위선 사례를 쓰게 한 결과 자신의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의 위선에 대한 예를 훨씬 많이 적었다. 심지어 자신의 예는 위선이라기보다 자기 긍정 이야기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위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해석, 정당화 및 변명 전략을 사용했지만 다른 사람의 위선에 대해 그런 시도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위선은 일반화하려는 시도가 보였고 다른 사람의 위선을 적을 때 더 나쁜 예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예가 비교적 나쁘지 않게 보이도록 했다. 다른 사람의 위선에 관해 적을 때는 그 사람을 대 놓고 위선자라고 하지 않았지만 부정적으로 묘사했는데 그 이유가 참가자의 믿음이나 기준과 상반되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내로남불 하는 이유는 우리가 타인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더 정의롭고 더 옳은 판단을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람은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도 나만큼 정의롭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위선도 마찬가지다. 내 위선은 별 것 아니고 다른 사람 위선은 큰 게 아니다. 아무리 옳은 말을 많이 하고 좋은 일을 했어도 한 번의 그릇된 행동으로 위선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위선자가 안 되도록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부쩍 "규탄"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는 게 흥미롭다. 규탄을 이끄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도덕적이라는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왠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의심이 간다.


<참고자료>

https://scholar.harvard.edu/files/jillianjordan/files/why_do_we_hate_hypocrites_-_evidence_for_a_theory_of_false_signaling.pdf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847726/#:~:text=They%20identified%20four%20forms%20of,pretence%2C%20blame%2C%20and%20complacency.

https://scholar.harvard.edu/files/jillianjordan/files/why_do_we_hate_hypocrites_-_evidence_for_a_theory_of_false_signaling.pdf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