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미국인은 왜 <<대부>>를 좋아할까?

by 명희


“모든 막대한 부 뒤에는 범죄가 있다. 책은 발작의 의미심장한 말로 시작한다. 한 50이 넘은 사람이라면 책 <<대부>>는 안 읽었어도 영화 "대부"는 봤을 거다. 나도 4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이 영화를 티브이에서 봤다. 지금 생각나는 건 거의 없다. 심지어 내가 본 게 "대부 1"이었는지 "대부 2"였는지 조차 헷갈린다. 그런데 최근 독서모임에서 마리오 푸조의 <<대부>>를 읽고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서 모임을 이끄는 미국인에 의하면 자기가 자랄 때 미국 사람은 이 이야기에 열광했단다. 왤까? 독서 토론에 참가했던 20대와 50대의 두 미국 남성 이야기를 종합하면 마피아 세계에서 정의와 아메리칸드림을 발견했던 것 같다. "대부"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의 영웅은 서부영화에 있었지만 "대부" 이후엔 마피아가 신화가 되었단다.


비토 콜레오니는 실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마피아 수장이란 것만 빼면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많은 이민자를 대표할 거다. 무일푼으로 미국에 와서 올리브 오일 수입업체를 설립해서 성공했다. 결혼해서 40여 년 간 부인과 화목하게 살며 아이 넷도 잘 키워서 부모와 사이가 좋다. 동네 사람도 힘든 일이 생기면 늘 도와줬다. 알고 보면 비토가 대부가 된 것도 동네 사람에게 돈을 뜯어내는 파누치를 사살하고 나서다. 그러나 비토는 분명히 살인자다. 뉴욕의 5대 마피아 조직 중 가장 힘센 조직이 되기까지 아마도 더 많은 사람을 죽였을 거다. 그런데도 그가 나쁜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가 마피아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아무나 죽이거나 약탈하는 무법자가 아니다. 원칙이 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나는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총보다 협상을 먼저 했다. 또, 친구로 의리를 맹세한 사람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켰고 약한 사람을 등치는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책이 출간된 1969년 미국은 일련의 큰 사건을 겪고 있었다. 존 애프 캐네디 대통령과 킹 목사의 암살, 베트남 전쟁, 시민권 운동과 반전 시위 등 사회는 어수선했다. 이혼율도 1950년대에 비해 28.3% 증가했고 젊은이들은 미국이 이룩한 발전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흑인을 착취했던 역사를 비롯하여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덕적 정당성을 고민하게 됐다. 카뮈의 말처럼 세상은 부조리해서 아무도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는 것 같고 정부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토 콜리오니를 좋아했을 거다. 그의 세계는 명확했다. 집안에서는 아버지로서 가족의 생계를 분명히 책임지고 아내와 자식들은 그런 아버지를 따르고 존경했다. 밖에서는 합법적인 올리브 사업뿐만 아니라 조직의 대부로서 신중히 생각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면 판사가 못한 충분한 처벌로 피해자의 고통을 처리해 줬다. 돈도 받지 않았다. 나중에 마피아가 부탁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갚으면 된다. 그러나 마피아가 정말 비토처럼 지혜롭고 용기 있고 절제하는 집단일까?


마이클이 시칠리아에 피신해 있을 때 "마피아"의 유래를 듣게 된다. 마피아는 원래 피난처를 의미했으나 나중에 폭력적 통치자와 싸우는 비밀 조직의 이름이 된다. 시칠리아는 역사적으로 토지 소유 귀족과 교회 왕자의 심한 착취가 있었고 경찰은 그들의 하수인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경찰에는 절대로 알리지 않았다. 대신 마피아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마피아는 '오메르타'라는 침묵의 법칙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딸이 강간당하고 남편과 자식이 살해당해도 절대로 범인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얼마나 귀족이 악랄하고 경찰이 무능했으면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런데 마이클이 시칠리아에 갔을 때 그곳 마피아는 부자들에게 붙어서 보조 경찰 노릇을 하며 작은 가게에서 세금을 갈취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마이클은 왜 비토가 합법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고 도둑이나 살인자가 되었는지 처음으로 이해했다. 비토처럼 패기 있는 사람에겐 가난과 두려움과 좌천이 너무나 끔찍해서 사회의 권력에 맞설 만큼 큰 자산과 세력을 얻기 위해 불법적인 길을 택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비토도 마이클도 살인을 하고 도둑질해서 축척된 부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비토가 처음에 마이클을 가족 회사에 끓어들이지 않았고 마이클도 도박이 합법적인 라스베이거스로 옮겨가서 호텔과 카지노 사업을 하려고 한 거다.


그런데 이 책이 미국의 신화라면 한 가지 불편한 게 있다. 마피아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사람을 죽여서가 아니다. 마피아끼리 죽이는 건 절대주의 시대의 세력 다툼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밀주 도박 성매매 마약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형태도 환경을 파괴하며 돈을 버는 비즈니스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이 이 이야기에 열광했다면 아마도 여성은 아닐 거다. 비토 콜리오니를 비롯하여 마이클 톰 등 남성 캐릭터는 침착하고 의리 있고 명석한 판단을 내리는 분명한 장점을 가진 반면 여성은 하나같이 힘센 남성에게 홀딱 반했거나 의존적이거나 분별이 없어 보인다. 남편이 바람난 여성들은 두서없이 소리 지르다 얻어맞는다. 젊은 여자들은 권력 있는 사람에게 쉽게 몸을 내준다. 비토의 아내마저 너무 존재감이 없어 잊을 뻔했다. 밥 챙길 때 잠시 등장하고 케이가 마이클의 짝이 되길 바랄 때 또 잠시 등장한다. 대학 교육을 받은 케이마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몇 년 동안 잠수를 탄 마이클을 받아들인다. 마이클이 그렇게 좋았나? 그럴 만한 이야기가 책에 있긴 하다.


책에는 영화보다 자세한 주변 인물 이야기가 많다. 바람둥이 조니 폰태인이 어떻게 여자를 유혹하는지, 전 부인과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톰 해이건이 대부를 생각하는 마음, 다른 마피아 조직의 뒷 배경, 루카 브라시가 무슨 끔찍한 짓을 했는지, 마이클의 보디가드 알버트 네리와 마이클이 죽인 맥클러스키의 뒷 배경, 소니의 정부였던 루시가 소니가 사망하고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줄 세갈이라는 의사와 가까워지고 그 의사가 어쩌다 유능한 외과의에서 낙태 의사가 되었는지 등등 중심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장황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좋았던 건 오래전에 영화로 봤을 때 영어가 달려서 마이클이 카르로를 죽인 이유가 아내를 구타하고 바람을 피워서 그랬다고 오해했는데 이번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어 시원했다. 테시오와 카르로는 '배신자'였다. "마이클은 용서할 수 있었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항상 위험한 존재가 됩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모든 삶에 위험이 되었을 겁니다." 무섭다. 배신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 언제든 자신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제거한다. 미국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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